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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악성재고 처리법’에서 찾는 비즈니스 기회

2022.01.21. 오후 3:40
by 엄지용

♻️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세계적인 레퍼런스가 돼버린 아마존 풀필먼트에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상품이 잘 팔리기만 하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모든 비극은 ‘안 팔릴 때’ 발생합니다. 아마존은 장기 보관된 재고에 점점 늘어나는 보관료를 판매자에게 부가합니다. 판매자는 안 팔리는 상품도 서러운데 지속적인 비용도 아마존에 지불해야 합니다. 아마존 풀필먼트에 얽힌 비극을 현실 세계 스토리로 알려드립니다.

2. 특히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환경에서 안 팔리는 아마존 풀필먼트 상품은 더욱 골치 아픕니다. 왜 글로벌 판매자들은 일본이나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에 박아놓은 그들의 상품을 되찾아 오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3. 아마존이 20일 새로운 풀필먼트 프로그램의 시작을 밝혔습니다. 아마존 물류센터에 잠긴 판매자의 악성재고를 ‘현금화’ 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왜 아마존이 굳이 이런 짓을 할까요. 공식적인 입장과 숨은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판매자 관계 관리 목적이라고 보기엔, 이 프로그램엔 아마존이 볼 수 있는 ‘이익’이 숨어있습니다.

4. 악성재고에 가치를 부여하는 ‘역물류’ 망에서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보입니다.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데이터, 운영, 그리고 임가공. 땡처리 업자에 수십원에 팔릴 악성재고를, 수만원 가치로 되살릴 수 있는 비즈니스 기회가 여기 숨어 있습니다.

글. 엄지용

커넥터스 운영자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헬개미마켓 주인장.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부업 라이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일을 주로 하지만, 다른 일도 곧잘 합니다.

CHAPTER 1

아마존 풀필먼트의 비극

지난해 어느 날이었습니다. 한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의 홍보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있었는데, 이 분이 말하길. “기자님 아마존에서 물건 판 적 있으시죠? 저도 한 적 있어요. 동대문에서 티셔츠를 매입해서 일본 아마존 풀필먼트 센터에 입고해두고 판매했는데 엄청 고생했습니다. 이게 참...”

모든 풀필먼트의 비극은 ‘안 팔릴 때’ 시작됩니다. 대부분의 사업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시작하지만, 세상이 맘처럼 돌아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분 또한 생각처럼 상품이 안 팔렸습니다. 아마존 일본 물류센터에 입고한 수백장의 동대문 티셔츠들은 안 팔렸고, 그대로 ‘애물단지’가 돼버렸습니다.

그냥 안 팔리기만 했다면 매입한 재고에 대한 손해만 보면 됩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물류센터 상품 보관에 따른 ‘보관비’를 판매자에게 청구합니다. 아마존은 90~180일 이상 팔리지 않는 재고를 ‘악성재고’라 규정하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물류센터에 보관된 상품에 대해서는 추가 수수료를 징수합니다. 판매자 입장에선 이미 손해 본 재고 매입 금액은 둘째 치고, 정기적으로 아마존에 점점 늘어나는 보관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당연히 판매자는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빼내고자 할 것입니다. 저에게 이야기를 전해준 분 또한 아마존 물류센터에 보관된 상품들을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고자 했습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비용’입니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환경에서는 상품을 보낼 때와 되돌릴 때의 물류비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낼 때는 어느 정도 ‘규모화’를 통해 물류비 절감을 할 수 있지만, 돌아올 때는 규모화가 어렵기 때문에 물류비가 크게 늘어납니다. 심지어 상품 원가보다 비싼 물류비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분의 상황이 딱 그랬습니다.

물론 팔리지 않는 재고로 고민하는 판매자들을 위한 아마존의 솔루션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물류센터가 있는 글로벌 현지에서 상품들을 ‘폐기(Disposal)’하는 방법이죠. 하지만 이건 공짜가 아닙니다. 상품을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판매자들이 지불해야 합니다. 못 판 것도 서러운데, 폐기에 따른 돈까지 내야 합니다. 아마존 셀러 계정의 월 사용료도 계속해서 나가고 있던 이 분은 결국 눈물을 머금은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CHAPTER 2

물류에게도 병 되는 ‘악성재고’

아마존이 블랙기업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사실 물류 입장에서도 ‘악성 재고’는 딱히 반갑지 않습니다. B2C 이커머스 물류를 대행하는 풀필먼트업체는 대체로 상품 출고건당 발생하는 처리비용과 물류센터에 상품을 보관하는 비용을 판매자에게 받아 돈을 법니다. 그런데 악성재고는 풀필먼트기업의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 출고비용’의 순환을 막습니다. 물류기업 입장에서 악성재고는 ‘돈’이 안 되는 애물단지가 되는 이유입니다.

헬개미마켓이 받은 국내 한 B2C 이커머스 물류업체의 견적서. 입고와 출고, 보관에 따른 비용이 각각 책정돼있다. ⓒ헬개미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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