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넥트레터] 배민이 커머스 천하 삼분지계를 선포하기까지

2022.10.20. 오후 5:51
by 엄지용

글. 엄지용

유료 구독자 기준 국내 최대 유통물류 버티컬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의 창업자이자 콘텐츠 창작자. 수천명에 달하는 구독자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연결하여 가치를 만들고자 합니다.

제보/문의 connect@beyondx.ai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10월 20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3. 커넥터스 구독자 여러분은 '커넥트레터' 카테고리에서 지난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습니다.

4.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 구독 신청 링크를 눌러주세요!

카카오가 멈춘 날

지난 15일 토요일 오후 3시 30분경. 숙취로 한참을 뒤척이던 저는 급하게 외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전날 밤 연락 왔던 지인의 번개 호출이 기억났고 오전에 도착한 지인의 “5시 반 괜찮을까요?”라는 카톡 메시지를 그제야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답장을 하고, 외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약속 장소는 영등포.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카카오맵을 열었지만, 위치 정보를 알 수 없다는 메시지를 마주합니다. 어쩌다 연남동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과 새벽 4시까지 달렸던 전날 술자리가 드문 기억나면서, 모종의 이유로 휴대전화 GPS가 고장났나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준비 시간은 길어졌고, 시간은 어느덧 4시 30분. 택시를 탄다면 여유 있게 약속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웬걸. 카카오T조차 동작을 안 하는군요. 침착하게 우티를 켰지만, 잡히지 않는 택시. 급한 마음에 배회하는 택시를 잡았지만, 이 시간에 인천에서 서울은 안 넘어간다는 난처한 목소리가 돌아옵니다.

도보로 20분 거리의 버스 정류장까지 걸으며, 지인에게 조금 늦을 것 같다고 양해를 구하기로 합니다. 카카오톡은 먹통. 아까 분명 작성했던 메시지조차 그에게 전달되지 못했네요. 급하게 페이스북 메신저를 켰고, 다시 한 번 메시지. 뭔가 이상해서 네이버에 ‘카카오’를 검색해보니 카카오가 멈췄습니다. 카카오톡, 카카오맵, 카카오택시뿐만 아니라 카카오와 관련된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각자의 사연을 남긴 이번 사태는 카카오 남궁훈 대표의 사임까지 이어지며 현재진행형입니다. 대통령이 나서 카카오에 ‘사실상 국가기간 통신망’이라는 별칭을 붙여줬고, 이에 대해 직접 상황을 챙기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24일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사건 관련 기업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됐으며, 이번 사안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내색은 못하겠지만 지금 가장 뼈아픈 건 카카오일 것입니다. 당장 며칠 동안 서비스가 마비된 것에 대한 금전적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픈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책임과 보상에 대한 공방이 이어질 테니까요. 측정할 수 없는 브랜드 신뢰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합니다. 준비가 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르는 사건이기에 더 아쉬울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 예방과 정비는 여러 이유로 우리에게 뒷전으로 밀려왔습니다. 많은 이들을 슬픔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 사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이 만든 인명 사고는 있었습니다. 소방관 한 명이 순직한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 사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해마다 물류센터는 불타고 있었습니다. 최근 발생한 SPC 공장 노동자의 사망 사고 이전에도 공장에선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이어졌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지언정, 모두 사후약방문이 있었습니다. 그럼에 불구하고 크고 작은 사고는 어디선가 다시 일어났습니다. 우리는 아마 그 이유를 알 것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가득한 요즘 뉴스를 보노라면 좀처럼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 없습니다.

많이 본 콘텐츠

전일 00시~24시까지 집계한 결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