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마켓컬리와 같이 의류 식료품 등 특정 품목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e커머스업체들이 여행·숙박 상품 판매에 속속 나서고 있다. 여행·숙박 상품은 이들 업체의 핵심 이용층인 20~40대 여성이 사이트에 방문했다가 구매할 확률이 높은 상품으로 꼽힌다.

객단가가 높아 플랫폼의 경쟁력 지표로 평가되는 거래액을 늘리는 데 적합한 상품으로도 분류된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여행·숙박 상품 수요가 폭발한 게 플랫폼업체들의 관심을 끄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신사, 여행시장 진출 선언

상장 앞둔 무신사·마켓컬리…여행 상품으로 몸집 불리나
28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정관을 변경할 예정이다. 정관에는 ‘호텔 등 숙박시설 예약 및 판매 대행업’을 추가할 계획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에서 호텔 숙박권을 판매하기 위해 이같이 정관을 개정하려는 것”이라며 “정관 개정 전부터도 29CM은 관련 상품을 일시 프로모션 형태로 판매해왔다”고 설명했다. 여성 패션 플랫폼인 29CM은 정관 변경 후 숙박시설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마켓컬리도 지난 4월부터 여행 상품 판매를 확대했다. ‘비대면 특수’가 끝나고 여행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엔데믹에 접어드는 시점에 해외에서 입국자의 자가격리 조치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두 플랫폼이 여행·숙박 상품이란 ‘신무기’를 장착한 건 기존 플랫폼의 핵심 이용층이 의류·식자재 등 주력 상품 이외에 추가로 구매할 확률이 높은 부문이 여행·숙박 상품이기 때문이다. 여성 패션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29CM의 이용자 60%는 요즘 여행 시장을 주도하는 25~35세 여성이다. 식료품을 새벽배송 형태로 판매하는 마켓컬리의 주 이용자 역시 30~40대 여성이다.

○상장 전 ‘몸집 불리기’

플랫폼업계에선 상장을 앞둔 e커머스업체들이 몸집을 불리기 위해 여행상품 판매를 택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행상품은 의류나 식료품에 비해 객단가가 높아 거래액을 늘리기에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9CM과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의류·식료품은 1만원 이하 상품이 수백 개에 달하지만, 이들이 새로 선보인 숙박·여행 상품은 가장 싼 상품의 가격도 10만원을 넘어선다.

무신사는 상장과 관련해 공식적인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선 내년에 자본시장이 진정되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11월 미국 세쿼이아캐피털 등에서 1900억원을 투자받고, 지난해 3월 1300억원을 추가로 수혈하면서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컬리는 지난달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예심을 통과하면 6개월 이내에 상장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금융투자시장이 급속히 위축됐다.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입증하지 않으면 상장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숙박플랫폼업체 관계자는 “여행·숙박 상품은 날짜, 숙소 타입, 여행 인원 등 다양한 옵션에 맞는 결제창을 마련하는 등 복잡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두 플랫폼이 이런 부분을 아직 숙박업에 걸맞게 정비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여행·숙박업을 야놀자, 여기어때 수준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