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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롯데마트 이영은 "와인 하면 보틀벙커 떠오르게, 악으로 공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1-11 1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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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롯데마트 이영은 "와인 하면 보틀벙커 떠오르게, 악으로 공부"
▲ 이영은 롯데마트 보틀벙커팀장이 1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영은 롯데마트 보틀벙커팀장은 에너지가 넘쳤다.

인터뷰를 위해 10일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의 와인 전문관 ‘보틀벙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자마자 ‘테이스팅탭’은 꼭 해봐야 한다며 와인 한 잔을 건넸다.

테이스팅탭은 전용 카드에 금액을 충전한 뒤 기계에 카드를 접촉해 마셔보고 싶은 와인을 50ml씩 시음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제타플렉스점에서는 모두 80종의 와인을 마셔볼 수 있는데 위스키를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는 흐름을 포착해 지난주 위스키도 추가했다.

어떤 와인을 먹어보겠냐는 질문에 잘 와인을 잘 모른다고 대답하니 "고객 대부분이 그러세요. 저도 잘 몰라요"라며 이 팀장은 고민 끝에 로제 와인 한 잔을 권했다.

이영은 팀장을 만나기 전 어렴풋하게 기대했던 모습은 '술, 특히 와인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우연히 접했던 롯데마트 유튜브에서 이 팀장은 팀원들과 와인을 시음하면서 "순대볶음이랑도 먹으면 맛있어요, 쉬라즈(와인)"라며 "나 진심이야"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흔히 스테이크나 생선 등 좋은 음식과 함께 마셔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곁들임 안주로 순대볶음을 꼽았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내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술을 좋아하던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술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 그저 술자리만 좋아했다. 하지만 롯데마트에 입사한 뒤 그는 자연스럽게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 되어갔다.

"2009년부터 와인 MD(상품 기획자)를 하기 시작했는데 실제로 와인을 모르는 상태였어요. 1865나 빌라엠(villa M)과 같은 대중적 와인 아니면 몰랐죠. 사실 이런 와인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점포에서 근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2006년 입사했을 때 맡았던 직책은 인스턴트·조미·식품담당 MD였는데 옆 코너가 와인이었어요. 롯데마트는 보통 3교대로 돌아가는데 주류 담당이 퇴근하면 저희가 고객을 응대해야 했거든요. 와인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가서 배웠어요. 평소에 고객들이 어떤 것을 많이 선호하는지, 어떤 와인을 추천해 주면 좋은지 등을 눈으로 보고 많이 익혔습니다."

이 팀장의 적극적인 성격이 드러나는 일화다. 이 팀장은 그렇게 해야만 자기가 편했다면서도 모르는 것을 배워가는 재미, 알아가는 재미가 있더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가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시기는 2009년 9월 와인 MD를 맡으면서부터다. 이 팀장은 당시 와인 파트너사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면 무시를 당하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했다.
 
[인터뷰] 롯데마트 이영은 "와인 하면 보틀벙커 떠오르게, 악으로 공부"
▲ 이영은 롯데마트 보틀벙커팀장이 직접 보틀벙커에 마련된 와인 시음 공간 '테이스팅탭'에서 와인을 내려받고 있다. 그는 보틀벙커에 방문하면 이 공간을 꼭 와서 체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그분들은 고추장하고 라면 팔다가 왔는데 와인을 어떻게 아느냐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약간 악에 받쳐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류가 조금 센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예요. 제가 와인 MD가 됐을 때가 20대 후반이었는데 대부분의 주류 담당자는 30대 중후반의 남자분들이었어요. 상품도 모르고 나이도 어린 데다 여자이기까지 하니 장악력이 좀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죠. 그때부터 거의 매일 집에서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어요."

끊임없이 노력을 했지만 사실 와인 공부는 항상 부족했다고 한다. 작심을 하고 공부를 시작했지만 생각만큼 와인 전문가가 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선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물론 책 공부도 곁들였다.

"이원복 교수님이 쓰신 만화책 '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이라는 책이 있어요. 전임자 선배가 퇴사하면서 2권으로 된 그 책을 딱 사주고 갔어요. 저는 그 책을 들고 도서관에 가서 줄 치면서 공부했어요. 포도 품종부터 지형, 스타일 등이 너무 다르니까 공부를 엄청 해야 했죠."

전문적으로 와인을 공부하게 된 시기는 2010년부터다. 회사에서 와인 관련 자격증이 있냐며 묻길래 없다고 대답했더니 왜 아직까지 자격증이 없냐는 말에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격증을 받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그렇게 찾아낸 게 영국 런던에 본원을 두고 있는 와인 교육기관 WSET다.

이 팀장은 직접 교육팀과 인사팀에 문의해 회사의 지원도 얻어냈다. 주 2회 3시간씩 3개월 동안 진행된 교육을 2번이나 받았다. 퇴근 후에 진행되는 고단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적극적 지원 덕분에 이 팀장은 1년 만에 1~3단계로 이뤄진 교육을 모두 이수했다.

"사실 이렇게 해서 와인 자격증을 딴 것이 주류 MD로 계속 활동한 계기가 됐어요. 회사가 지원한 비용으로 자격증을 딴 사람으로 소문이 다 났으니 다른 보직으로 이동을 못 하게 된 것이죠. 보통 롯데마트는 순환 보직이라 2년마다 다른 MD로 가거나 다른 점포로 가는 게 기본인데 저는 '회사 비용으로 유일하게 자격증을 딴 케이스'가 된 바람에 주류 쪽에 코를 꿰게 된 것이죠. 아마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저처럼 10년 넘게 한 분야만 맡고 있는 스페셜한 케이스는 드물 거예요."

이 팀장은 이런 경력 덕분에 2012년에 선임 주류 MD로 승진했고 이후 2016년 6월에는 주류 팀장을 맡게 됐다.

그는 지금도 와인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3월부터 국내 한 대학교의 와인·소믈리에학과 석사 과정을 밟기 시작해 최근 모든 수업을 마쳤다. 올해 6월까지 써야 하는 석사 논문만 남은 상태다.
 
[인터뷰] 롯데마트 이영은 "와인 하면 보틀벙커 떠오르게, 악으로 공부"
▲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보틀벙커 매장 내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WSET에서는 와인에 대한 것만 배운다고 하면 대학원에서는 와인 총론뿐 아니라 전반적인 식음료도 배웠다는 것이 좀 달랐어요. 코로나19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와인 시음이 필요한 학문이라 학교에 2번씩은 가야 했죠. 오후 6시에 퇴근하고 나서 7시부터 10시까지 수업을 들었어요.

아직 논문 주제는 못 정했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에서 없던 주제로 쓰고 싶은데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퇴근한 뒤, 주말마다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보틀벙커에 대한 질문으로 들어갔다. 보틀벙커는 2021년 12월24일 '여기에 없으면 어디에도 없다'는 콘셉트로 오픈한 롯데마트의 와인 전문관이다.

이 팀장은 보틀벙커를 탄생시킨 핵심 인물이다. 보틀벙커 출범을 맡은 프로젝트W팀을 총괄한 인물은 2021년 5월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 강혜원 상무로 그가 전체 전략을 짰다면 실무적 역할은 이 팀장이 도맡았다.

보틀벙커 출범 이후 롯데마트의 주류 매출은 크게 늘었다.

제타플렉스점만 보면 2021년 12월23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주류 카테고리의 매출 성장률은 6배다. 보틀벙커 2호점과 3호점인 창원중앙점과 광주상무점의 매출 성장률은 더 높아 각각 12배, 7배라고 한다.

수치로만 보면 합격점이다. 하지만 이 팀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보틀벙커를 출범하면서 막연하게 '와인 하면 보틀벙커가 가장 먼저 떠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게 되게 막연한 목표와 기대감이었는데 사실 다 이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차근차근 저희가 도약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고객분들이 생각할 때 와인 하면 보틀벙커를 떠올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그걸 해나가는 것이 목표라는 점에서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인터뷰] 롯데마트 이영은 "와인 하면 보틀벙커 떠오르게, 악으로 공부"
▲ 보틀벙커에서 팔리는 가장 비싼 와인. 한 병에 가격이 무려 6200만 원이다. 세트 개념으로 가장 비싼 와인은 8900만 원인데 광주 고객이 와서 사 간 적이 있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보틀벙커의 핵심 고객은 누구일까.

이 팀장은 매출 측면에서만 보면 구매력이 높은 40대와 50대가 주요 고객이라고 했다. 그 고객층을 잡지 못하면 매장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세대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MZ세대가 오는 힙하고 즐겁고 가보고 싶은 매장을 만들어야 30대가 오고 40대, 50대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그래서 보틀벙커 매장을 기획할 당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진 구도였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려 자랑할 수 있는 사진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죠. 다른 매장에서 느끼지 못한 경험을 보틀벙커에서 느끼게 해주게끔 만들어 보자는 게 저희의 목표였습니다.

물론 객단가만 보면 30대나 40대가 높죠. 하지만 20대는 굉장히 중요한 고객입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20대 커플이 와서 2만 원대의 와인을 한 병씩 사갔어요. 회사 입장에서 효율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저는 선순환이라고 생각해요. 20대 때 와인을 시작하면 30대 때 조금 더 와인에 입맛이 길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보틀벙커가 최근 매장 입구에 셀프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를 만든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20대 사이에 열풍인 '인생네컷'과 같은 셀프사진관을 만드는 것이 이들을 매장으로 끌어올 수 있는 요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보틀벙커팀은 현재 육아휴직자를 제외하고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30대 사원이 대부분인 이 팀의 분위기는 매우 자유로운 편이라고 했다. 포토 부스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이런 자유분방한 분위기 덕분이라고 했다.

"회의를 하면 보통 저는 막 던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다가 뭐 하나 얻어 걸리겠지라는 생각으로요. 하루는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포토 부스를 보고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조카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대학생들이 헤어질 때 무조건 인생네컷 같은 사진을 찍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팀원들에게 제안을 했더니 다들 좋다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로 포토부스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보틀벙커만의 특별한 프레임도 넣어서 이 프레임에 당첨되면 상품도 주고 있어요."

이 팀장에게 보틀벙커팀을 맡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는 처음 와인 전문관이라는 사업을 롯데마트에서 해보자고 사업 설명회를 열었을 때를 떠올렸다.

"와인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명한 와인 수입사 대표님과 회장님들을 모시고 시그니엘서울의 프라이빗룸에서 사업 설명회를 한 적이 있어요. 식사와 샴페인을 대접하고 '저희 이렇게 합니다. 도와주세요'라고 설명하는 자리였죠.

하지만 참석자 가운데 절반은 다들 반신반의 하셨어요. 성공 못할 것 같다고요. 저희가 매장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도 보여드렸지만 다들 반응이 별로셨습니다.

하지만 매장 오픈 첫날에 이분들이 모두 오셨어요. 업체 대표님들뿐 아니라 경쟁사의 바이어, 임원분들까지 다 오셨어요. 그때 그분들의 반응을 보니 눈빛이 엄청 달라지시더라고요. 매장이 실제로 어떤 반향을 일으키는지 눈으로 확인하시고 고객 반응을 보시니까 '보틀벙커가 저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시게 된 것 같습니다."

보틀벙커가 화제의 중심에 오르면서 예전에는 물품을 발주해도 안 주던 상품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보틀벙커에 주려고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인터뷰] 롯데마트 이영은 "와인 하면 보틀벙커 떠오르게, 악으로 공부"
▲ 이영은 롯데마트 보틀벙커팀장이 10일 오후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마지막으로 와인에 관심은 있지만 공부하기 어려워 주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품 많이 들이지 않고도 와인을 빨리 알고 친해질 수 있는지 조언을 부탁했다.

"저도 책을 진짜 많이 봤는데 사실 잘 안 들어오거든요. 근데 이원복 교수님이 쓰신 만화책 2권은 정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노셨어요. 무엇보다도 이 교수님이 와인 애호가이십니다. 저한테도 임원분들께서 책을 추천해달라고 많이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그 책을 사서 선물해드립니다."

이 팀장은 롯데마트 내에서 여성 직원들의 롤모델로 꼽힌다고 한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신입 여직원들이 입사해서 가장 선망하는 선배라는 것이다. 인터뷰에 동석했던 롯데마트 관계자의 말이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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