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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꼼마 Jan 13. 2021

개발자의 식당 창업기 | #11 배달대행

배달대행 시스템 파헤치기

 이번엔 배달대행업체의 시스템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배달대행업체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업체는 유사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배달대행업체 시스템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구분해서 살펴보자.  


1. 기본 구조

2. 요금 체계




1. 기본 구조


 배달대행 시스템의 구조는 복잡하다면 복잡하고, 단순하다면 단순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특징은 아래 세 가지다.



  1) 라이더가 '갑'인 구조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된 라이더들은 대부분 '개인사업자'이다. 이는 배달대행업체의 시스템에 강력하게 구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들 간의 네트워크가 꽤나 탄탄해서 식당과 배달대행업체 모두가 라이더의 눈치를 봐야 하는, 그야말로 라이더가 '갑'인 현상이 펼쳐진다. 식당과 라이더가 싸우게 되면 라이더 네트워크에 그 식당은 블랙리스트로 등재될 것이고, 배달대행업체가 여러 식당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다른 업체보다 배달비용을 낮게 책정한다면 라이더들은 다른 업체로 떠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많이 배달할수록 많이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라이더 입장에서는 식당이 몰려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의 배달지를 선호하고, 또 근처에 있는 배달 건들을 한 번에 묶어서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로 인해 식당에서 먼 곳 혹은 언덕 등 라이더들이 기피하는 '똥콜'이 생기게 되고, 내 음식이 바로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배달지를 돌고 돌아가기 때문에 소비자가 음식을 받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 등이 생기게 된다.



  2) 배달대행시스템에 의존적인 구조


 식당은 배달 주문을 접수하고 배달대행업체에 '배차'를 요청한다. 그러면 배달대행업체가 보유한 라이더들에게 알람을 보낸다. 하지만 기상 악화, 시스템 오류 등의 상황으로 라이더들에게 알람을 보내지 않거나 시스템 전체를 종료하는 등 '배달'에 관련된 권한을 배달대행업체가 쥐고 있게 된다.


 실제로 얼마 전 눈이 왔을 때 다른 대행업체들은 서울대 내부로 향하는 배달을 실시했지만 내가 계약을 맺은 대행업체는 안전상의 이유로 서울대 내부 배달을 중지하였다. 하지만 고객들은 이와 같은 사정을 알기 어렵다. 때문에 내 식당에서 주문이 불가한 것으로 인지하고 배달이 가능하다고 하는 식당을 이용하게 된다. 배달대행업체의 결정에 따라 식당의 주문 접수 가능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또한 배달대행시스템이 지원하는 지역 자체도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잘 알아보고 계약을 진행해야 한다. 관악의 경우 신림역에 꽤나 많은 1인 가구가 있지만 내가 계약한 업체는 신림동 지역으로의 배달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그 지역의 고객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3) 결국 고객과 대면하는 것은 라이더인 구조


 고객은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하지만 결국 '식당'을 보고 주문을 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배달은 배달대행업체의 '라이더'가 하지만 고객은 '라이더'로부터 받는 경험, 인상을 식당의 것으로 생각한다. 즉, 라이더로부터 나쁜 인상을 받게 된다면 이를 식당의 과실인 것으로 인지하게 된다.


 문제는 어떤 영역에서도 그러하듯 태도가 좋지 않은 라이더가 있다는 것이다. 불친절한 태도로 고객에게 음식을 던지듯 전달하고 오는 라이더도 있고,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와 같은 요청사항을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고객이 이런 류의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에도 즐거울 수가 없는 노릇이다. 결국 피해는 식당으로 돌아가게 되는 구조이다. 결국 식당 입장에서는 라이더들을 달래 가며 좋은 태도로 배달을 해주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실제로 고객들이 식당에 이야기할 수 있는 '요청사항'의 90% 이상은 배송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문 앞에 두고 가주세요', '초인종 누르지 말아 주세요', '1층에서 전화해주세요' 등등. 이 부분은 식당이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라이더의 기분을 살펴가며 잘 부탁할 수밖에 없다.




2. 요금 체계


 상당히 많은 언론 기사와 소비자가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부분이다. 그들은 배달앱의 표면에 노출되어있는 배달팁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그 아래에 어떤 비용들이 숨어있는지 알지 못한다. 매일 언론과 커뮤니티에서는 '식당이 배달비를 너무 많이 받아요', '식당이 가격을 또 올렸어요' 등등의 이야기가 올라온다. 식당 입장에서는 너무 억울하고 갑갑한 부분이 많다.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식당 입장에서 업체에 부담하는 비용은 크게 세 가지다. (물론 배달대행업체마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관리비를 받지 않는 업체도 있다고 들었다.)


 1. 관리비

 2. 기본요금

 3. 할증



  1) 관리비


 일단 많은 배달대행업체들이 '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매월 요구한다. 배달을 1회 요청할 때마다 받기도 하고, 월 정액으로 받기도 한다. 금액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략 20만 원 정도라고 알고 있다. 실제로 '관리비'를 안 받거나 낮춰줄 수 없냐는 질문에 '그럼 관리자가 이 업체에 대해 신경을 잘 안 쓰게 되고 결국 사장님이 손해를 보실 거예요'라는 답변을 받았었다.



  2) 기본요금


 기본요금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거리'를 산정하는 방식에 대해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대행업체마다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식당과 배달 목적지의 직선거리'를 '거리'로 산정한다. 광활한 초원에서 배달을 진행하지 않는 한 실제 식당에서 출발한 라이더가 배달 목적지까지 직선으로 움직이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하여 배달비를 지불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실제 움직인 거리보다 짧게 측정하여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기본 가격이나 할증에 이 부분이 녹아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이는 '할증' 중 '거리 할증'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본요금은 일정 거리 이내의 배송 건에 대하여 부과되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기본 거리가 1.5km,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1.5km 이내의 모든 배송 건에 대해 배달대행업체에 3,8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10m 거리의 배송 건과 1.5km의 배송 건에 모두 동일한 배달비를 지불해야 한다.



  3) 할증


 배달비 할증은 크게 네 가지 상황에서 발생한다. 또 중복해서 발생할 수도 있다. 하나의 배송 건에 대해 기상 할증, 거리 할증, 구역 할증, 그리고 과적 할증이 모두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기상 할증

거리 할증

진입동선 및 구역 할증

과적 할증



 > 기상 할증


 일단 기상 할증이다. 기상 할증은 눈이나 비가 올 경우 발생한다. 내가 이용한 업체의 경우 기상 할증으로 550원을 부과했다. 예를 들어 평소 3,800원이 부과되는 거리의 주문에 대해 눈이나 비가 오면 할증 비용인 550원이 추가되어 4,350원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기상 할증의 목적은 '라이더의 활발한 참여'를 위함이다. 배달 일은 상당히 고되고 위험하다. 눈이나 비가 올 경우 그 고됨과 위험성은 더 가중된다. 즉, 눈이나 비가 오는 경우 일을 쉬는 라이더가 많아진다. 이는 배달대행업체가 운용 가능한 라이더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과 식당에서 요청하는 배차에 성공적으로 응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조금이나마 방지하기 위해 식당에 부과하는 비용이 기상 할증이다.



 > 거리 할증


 거리 할증은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식당에서 배달 목적지까지의 거리가 늘어날수록 추가되는 배달비를 의미한다. 거리 할증의 기준은 배달대행업체마다 천차만별이나 대부분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다.

만약 기본요금이 1.5km 내에서 3,800원이고 거리 할증이 500m 당 550원이라면 다음과 같이 배달비가 부과된다.

~ 1.5km : 3,800원

1.5 ~ 2km : 4,350원

2 ~ 2.5km : 4,900원



 > 진입동선 및 구역 할증


 이 할증은 지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배달이 어려운 곳에 적용되는 지역에 주로 적용되며 업체마다 다르다. 오토바이 진입이 불가능한 아파트 단지라거나 높은 언덕을 넘어가야 하는 지역 등이 이에 해당한다.



 > 과적 할증


 과적 할증은 일정 금액 혹은 개수 이상의 봉투에 대한 배달 요청이 있을 경우 발생한다. 이에 대한 기준은 업체별로 모두 다르다.



 계속 이야기했듯이 정책적인 부분은 업체마다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게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비용 (기본요금 + 할증)

보유한 라이더 숫자 - 배차가 빨리 됨을 의미

배달 가능한 권역 - 더 넓은 지역으로 영업할 수 있음을 의미




 자꾸 홍보하는 식으로 이야기하게 되지만 나는 '고스트키친'에서 제공하는 배송 시스템을 굉장히 좋아한다. '고스트키친'에서는 배달대행업체와 식당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수행해 주고, 보증금도 없고, 자체 라이더를 통해 '똥콜' 처리도 도와준다. 식당 입장에서는 잦은 마찰이 생기는 배달 이슈 상당 부분을 '고스트키친'에 맡길 수 있으며, 식당에는 소중한 고객이지만 라이더에게는 골칫거리인 '똥콜'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고스트키친' 내에 입점한 수많은 개별 식당의 주문이 모두 '하나의 업체로 취급'된다는 점이 강점이다. 일반적으로 주문 수가 많지 않은 식당은 '을', 라이더와 배달대행업체는 '갑'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문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식당이 '갑'의 위치로 올라서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식당의 주문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 식당이 배달대행업체와 라이더의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 주방은 서로 다른 식당들이 입점해있지만 모두 같은 곳에 모여있기 때문에 라이더 입장에서는 모두 동일한 주문으로 간주한다. 이는 '고스트키친'에서 발생하는 주문이 다른 개별 식당보다 월등하게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라이더와 배달대행업체를 대할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라이더의 수익이 짭짤하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라이더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라이더 풀에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이는 다시 생각해보면 라이더 공급이 점차 많아져 배달비용이 내려갈 수 있음을 뜻한다.

(+) 배달 음식점을 하다 보면 '무인 배송'의 시대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어서 빨리 드론이 배달하는 시대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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