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시간당 1만원 준다는데도 없어"…아르바이트 구직자 감소하는 이유는

이상현 기자
입력 : 
2021-11-04 00:17:37
수정 : 
2021-11-04 11:24:00

글자크기 설정

사진설명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 달 넘게 전화 한 번이 없었어요." 서울 강남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씨는 홀서빙 아르바이트생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달 초 각종 구인·구직 플랫폼에 공고문을 올렸지만, 아직 문의 전화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A씨는 "시간당 임금 1만원을 주겠다고 공고를 냈는데 이럴 거라곤 예상 못 했다"며 "당장은 급한 대로 아들이 홀서빙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곧 회식도 이뤄지면서 단체 손님도 올 것 같아 사람을 구하는 게 더 촉박해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구인공고가 늘었음에도 자영업자들이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잇따르고 있다. 청년 복지 정책이 젊은 층의 근로 의욕을 저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청년들은 굳이 아르바이트가 아니더라도 생활비를 마련할 길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인·구직 전문 플랫폼 알바천국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알바천국에 등록된 구인공고 수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구인공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8.4%, 재작년보다 1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생을 찾는 자영업자는 늘었는데 여기에 지원하는 사람 수는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자영업자들이 몰린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 등에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연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한 자영업자 카페 회원은 "저희 가게는 교통편이 안 좋아 시급 1만1000원인데도 잘 안 구해졌다"라며 "3개월 만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했다"고 적었다.

또 서울 송파구에서 일본식 주점을 운영 중인 40대 자영업자 B씨는 "요즘 젊은 친구들 주 6일 근무하려는 경우는 못 본 것 같다"며 "근무시간을 2~3일씩 나눠서 공고문을 올리니 그제야 문의 전화가 몇 건 오더라"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아르바이트생 숫자가 줄어든 게 취업장려금 등 청년 지원 정책이 잘 마련돼 발생한 역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생활비 마련에 큰 어려움이 사라지니 그나마 있는 아르바이트 수요도 임금을 많이 받는 배달 대행업체 등에 주로 몰렸다는 것이다.

매경닷컴이 들어본 청년들의 이야기도 큰 틀에서는 자영업자들의 분석과 맥을 같이했다. 다만 청년들은 단순히 복지 정책이 좋아져서라기보다는 아르바이트 외에 주식·코인·리셀 등 수입원이 다양해진 것도 한몫했다고 이야기했다.

한 중소기업에서 6개월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한 뒤 최근 퇴사했다는 20대 취업준비생 C씨는 "실업급여가 세후 실수령 월급보다 더 많이 들어오니 당장 생활비 충당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C씨는 "주 32시간 일할 때 세후 약 132만원을 받았는데 실업급여는 한 달(실업인정일 28일 기준)에 147만원 남짓 받고 있다"며 "굳이 몸 상해가며 아르바이트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기업 공채 준비에 열중하는 게 더 생산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주식 투자와 한정판 신발·옷 등을 리셀(재판매)해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는 취업준비생 D씨는 "몸으로 돈 벌면 밥 굶기 딱 좋은 세상이 아니냐"며 "적은 시간에 필요한 만큼 요령껏 벌 방법이 얼마든지 많아졌다"고 주장했다.

D씨는 "주식과 리셀, 요즘 인기라는 그림 투자 모두 돈으로 돈 벌기"라며 "기성세대가 부동산 투자로 자산을 불린 것과 똑같다. 종목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실하면 밥 굶는 세상인데 누가 아르바이트를 하려 하겠냐"며 "받을 것 받고, 챙길 것 다 챙겨야 바보처럼 안 산다"고 부연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