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형 개발
“잠재 우량고객 발굴 및 빅테크 기업 대응 차원”

주요 시중은행 대안 신용평가 모형 개발 및 관련 대출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요 시중은행 대안 신용평가 모형 개발 및 관련 대출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등급을 매겨 대출을 진행하는 등 금융거래 사각지대에 놓인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를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거나 씬파일러를 겨냥한 대출 상품 출시에 속속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소매 신용평가 전략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올해 상반기 중 이를 순차적으로 가계여신에 적용할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재무, 담보 정보만을 활용하는 기존 신용평가 모델과 달리 머신러닝·AI알고리즘을 적용한다는 점과 금융 정보 이외의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평가의 정확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머신러닝 및 AI알고리즘을 활용하는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며 “통신, 부동산 정보 등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이용해 금융정보 부족고객에 대한 적정한 신용평가로 정부의 포용금융 지원정책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4월 NH농협은행 역시 NH스마트뱅킹에서 금융거래 이력이 짧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회초년생도 최대 2000만원까지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NH씬파일러 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해당 상품에는 농협은행이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이 도입됐다. 통신사 정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소득이 낮아도 상환 능력이 있는 고객을 선별해낼 수 있어 기존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씬파일러도 보다 수월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4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제휴해 개인사업자 맞춤 대출 상품 개발에 나섰다. 기존에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부족한 금융이력으로 인해 신용평가등급 산정이 어려워 금융 혜택을 받기 어려웠으나 빅데이터를 활용해 매출액, 영업기간 등을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 신용평가 모형 개발을 토대로 금융지원의 대상과 혜택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금융 거래 이력 부족 등의 사유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고객을 겨냥한 ‘우리 비상금대출’을 지난해부터 ‘우리 WON뱅킹’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우리은행 입출금 계좌를 보유하고 있고 본인 명의 휴대전화를 통신 3사에서 이용 중인 고객이라면 소득정보나 직장정보 입력 없이도 뱅킹 앱을 통해 대출받을 수 있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는 기존 금융 정보를 활용한 신용평가보다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대안 신용평가 모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잠재적으로 장기 고객이 될 수 있는 수요를 붙잡기 위함과 동시에 비금융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빅테크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빅테크 사례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캐피탈과 손잡고 출시한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이 있다.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은 네이버 쇼핑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매출 흐름과 고객 리뷰, 고객 응대 속도 등의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신용을 평가하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를 바탕으로 신청자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네이버파이낸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대출 신청자의 40%가 대출 승인됐으며, 특히 씬파일러 신청자의 52%가 승인을 받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재무·담보 등의 금융 정보 위주로 신용평가 심사 관행이 굳어져 있었다”며 “금융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은 고객에게는 대출이 진행되지 않다 보니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 고객이 될 수 있는 소비자들을 잃는 손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 산업에 뛰어들며 내세우는 것이 대안 정보 활성화”라며 “기존 금융권이 제공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고 있어서 거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대안 신용평가 모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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