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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데이터 모으자"…은행, 고객 일상 속으로

서정원 기자
입력 : 
2021-12-19 17:35:37
수정 : 
2021-12-19 22: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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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銀 배달앱 `땡겨요` 출시
국민은 티맵과 모빌리티 협력
우리銀 편의점 배달서비스

1월 마이테이터 시행 앞두고
데이터 확보경쟁 갈수록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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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모빌리티까지. 금융회사들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고객 일상과 가장 밀접한 생활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해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포석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격 시행으로 금융정보를 한데 모으기 용이해지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생활 데이터 확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22일 배달 앱 '땡겨요'를 출시한다. 한국 금융사가 음식 배달 중개업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 5개구 1만여 개 가맹점에서 주문할 수 있고, 내년에는 서비스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한다. 신한은행은 가맹점 입점 수수료·광고비를 받지 않고, 중개수수료도 공공 배달 앱 수준으로 저렴하게 책정하며 사용자와 가맹점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여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하는 데 더해 사용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 본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사람들이 어느 곳에서 어떤 음식을 주문하는지 등이 담긴 결제 정보가 대표적이다. 체크카드·신용카드 등 관련 상품을 개발할 때 해당 소비에 혜택을 더 주는 식으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배달 라이더 소득 정보는 여신 고객층 저변을 넓히는 데 쓰인다. 배달 라이더 등 긱워커 대출 확대는 요즘 신한은행의 중점 목표다. 배달대행 플랫폼 '생각대로'에서 라이더 정보를 받아 지난 10월에는 라이더 전용 상품 '쏠편한 생각대로 라이더 대출', 이달 2일에는 긱워커들을 겨냥한 '신한 급여선지급 대출'을 출시했다.

금융 플랫폼 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무기는 '모빌리티'다. 지난 10월 모빌리티 기업 '타다'를 인수한 토스는 이달 시범 운영 후 내년 초 '타다 넥스트' 서비스를 시작한다. 토스는 타다에 쌓이는 이동 관련 정보가 자사 금융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험, 대출, 신용평가 등에 모빌리티 플랫폼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일 티맵모빌리티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및 상생 협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안전운전과 연비운전을 실천하는 고객에게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것부터 전기차·미래 모빌리티 등 신사업 공동 추진에도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배달과 모빌리티 등 모두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결제’라는 점에 금융사들은 눈독을 들인다. 막대한 생활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 더해 자사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수익 증대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최근 은행연합회 세미나에서 “넷플릭스의 성공요인은 사용자가 좋아하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각 계열사의 정보를 결합·분석해 고객의 라이프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타다를 인수하며 “국내 택시시장 규모는 연간 매출액 기준 약 12조 원에 달하고 절반 정도가 호출 앱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며 “토스의 결제사업 등 여러 금융서비스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했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발돋움하려는 은행권 전략과도 결이 맞는다. 시중은행들은 편의점·꽃 배달 서비스 등도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한다. 우리은행은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제휴해 ‘우리원(WON)뱅킹’ 앱에서 편의점 상품을 주문하고 배달받을 수 있는 ‘마이(My) 편의점 서비스’를 지난 17일 출시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모바일뱅킹 앱 '올원뱅크'를 통해 꽃 배달 결제 서비스 ‘올원플라워’를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모바일뱅킹 하나원큐에서 '신차 견적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외는 금융과 모빌리티, 배달 앱의 결합 경향이 더욱 현저하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영역을 확장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우버와 그랩이 대표적이다. 우버는 2019년 금융서비스 전담 조직 ‘우버 머니’를 만들고 디지털 지갑, 직불카드 서비스 등에 진출했다. 또 음식배달 업체 우버이츠는 코로나19 시기 우버 그룹의 주요 수입원이다. 그랩은 택시 호출뿐 아니라 음식배달, 결제, 보험가입, 대출신청 등을 하나의 앱에서 대출하며 동남아시아의 대표 플랫폼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각 금융사가 원칙적으로는 본업만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업주의가 금융사들 영역 확대의 걸림돌이다. 현재 은행법 상 은행 업무는 고유업무(예적금, 대출 등), 겸영업무(신탁업, 신용카드업, 방카슈랑스 등), 부수업무(채무보증, 어음인수, 수납 및 지급대행 등)로 제한된다. 신한은행 ‘땡겨요’도 일정 기간 법 적용을 면제해주는 규제샌드박스 덕분에 시작하는 혁신금융서비스지만 특례기간이 최대 4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은행법 상 부수업무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가하는 제도 개선을 희망한다. 하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최근 “금융회사와 핀테크 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부수업무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금융당국은 법 개정엔 미온적이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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