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은 4000원인데, 치킨은 2만원…'국민 간식’ 가격 구조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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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2.22. 오후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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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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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1마리 팔면, 본사 4000원·자영업자 2000원 수익
배달 운임 늘며 자영업자 수익성 악화
본사 이익은 사상 최대...bhc, 1300억 수익 ‘이익률 33%’
가맹점들 “하루 50마리 팔아도 한달에 고작 300만원 벌어”


교촌과 bhc 등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가 최근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리면서 치킨 가격 거품 논란이 재점화했다.

업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물류 대란과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배달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었으면서 영업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앱 수수료 증가와 라이더 배달 운임 상승으로 가맹점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가맹점의 이익률보다 더 높은 본사의 공급가 마진율이 숨어 있다.

치킨 가격 구조. /그래픽=이은현

22일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전날 생계 1kg은 2090원(中사이즈)에 거래됐다. 생계를 도축한 도계의 시세는 3615원(1kg·9-10호 기준)이다. 이렇게 도축된 닭은 프랜차이즈 업체에 1000원 정도의 마진이 붙어 4500원대에 납품된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여기에 1000원 정도의 마진을 더 붙여 5400~5800원 정도의 가격으로 가맹점에 공급한다.

이렇게 공급된 닭은 튀김반죽에 묻혀 기름에 튀겨진다. 여기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이 2700~3000원 남짓이다. 튀겨진 닭을 포장하는 박스와 치킨무, 물티슈, 서비스 음료 비용 등에도 1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가맹점 입장에서는 치킨 상품을 만드는 데에만 9000~10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 비용에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마진도 포함된다. 생닭 공급 마진 등을 포함해 본사는 30~35% 정도의 마진을 남긴다. 가맹점에서 닭 한마리를 팔면, 본사는 3000~3500원의 수익을 얻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통닭 한마리의 원재료비 비중은 제품 가격의 50~55% 정도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면서 “본사는 가맹점 제품 공급가에서 수익을 얻는다. 매출에 따른 로열티(수수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배달앱과 라이더 운임 등 서비스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간다. 치킨 1마리의 배달앱 수수료는 1800~2700원으로 통상 판매액의 10~13%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라이더 배달 운임이 2000~3000원 가량 들어간다. ‘배달 비용은 고객이 낸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고객이 부담하는 배달운임은 전체 운임의 절반으로 나머지 절반은 자영업자가 부담하고 있다.

매장 임대료와 직원 인건비, 공과금, 카드결제수수료 등 10% 가량의 매장 운영비까지 빼면 치킨집 사장님이 가져가는 수익은 전체 판매액의 10% 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서 배달 운임이 4000~6000원을 받고 있는데 배달 주문이 몰리는 피크 시간에는 9000원까지 뛴다. 이럴 경우 자영업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파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가맹점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익성 개선은 대부분 가격 인상으로 귀결된다. 문제는 제품 가격 인상과 함께 원재료 공급가도 인상한다는 것이다.

bhc는 지난 20일 주요 제품의 가격을 7.8% 인상함과 동시에, 가맹점 제품 공급가를 7.7~14.5% 인상했다. 가격 인상이 결국 가맹점의 수익성 개선이 아닌 본사의 영업이익 확보가 목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bhc는 매출 4000억원에 영업이익 1300억원을 기록하며 32.5%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A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배달료 등 서비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하루에 50마리를 팔아 매출 100만원을 올려도, 한달 수익은 300만원 남짓”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B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치킨 한 마리를 팔았을 때 본사는 4000원을 가져가고, 자영업자는 2000원만 가져가는 사업 구조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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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윤희훈 기자입니다.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주세요. 취재해서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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