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대로 운영사 인성데이타 2대주주 등극

라이더를 영업사원으로 가맹점 유치 '차별화'…12월 초 배달앱 출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손지현 기자 =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한은행의 음식 배달앱사업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1위 음식배달 대행 플랫폼 '생각대로'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음식점 수수료와 고객 배달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등 배달의민족보다 유리한 서비스로 경쟁하겠단 전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4월 그룹차원에서 조성하고 신한캐피탈에서 운영 중인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펀드를 통해 생각대로를 운영하는 디지털 플랫폼기업 인성데이타에 4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로 신한금융은 인성데이타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인성데이타 최대 주주는 황인혁 대표이며, 네이버와 산은캐피탈 등이 주요 주주로 있다.

금융회사가 비금융 서비스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의사결정이 아니라는 평가다. 실제로 일부 사외이사는 이번 투자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진옥동 신한은행이 적극적으로 설득해 투자를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투자는 신한은행의 배달 플랫폼사업을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작년 12월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으로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아 연내 금융사 최초로 음식 배달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배달앱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7조원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성장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지만,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등 일부 업체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이들이 가맹점(음식점)에 받는 중개수수료 인상, 라이더에 지급되는 배달 수수료 삭감 등 일부에서는 갑질 논란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금융과 비금융을 연계해 이런 사회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면 기존 사업자와 확실히 차별화되는 강점을 갖게 되고,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판단했다.

신한은행은 배달의민족 등 경쟁사보다 낮은 업계 최저 수준의 중계 수수료로 음식점들의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에겐 포인트 적립 등을 통한 배달비 절감 혜택을 준다는 구상이다. 또 고정수입이 없어 신용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아 고금리로 대출받을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과 라이더 등을 대상으로 대출 금융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단기간 수익 창출이 어려울 수 있지만, 배달앱을 통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시장 진출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이를 활용한 초개인화 자산관리 등 혁신적인 데이터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맹점 모집, 배송서비스 등 은행이 할 수 없는 부문은 인성데이타와 협업할 예정이다. 인성데이타는 국내 퀵서비스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생각대로는 배달주문이 월 1천만건 이상 되는 1위 배달대행사업자로 현재 전국 750여개 지점에서 6만개가 넘는 가맹점 주문을 받고 있다.

신한은행은 생각대로 라이더들이 음식 배달을 하는 동시에 신한앱을 홍보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에게 배달비와 별개로 가맹점을 유치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따로 챙겨주는 방식이다. 라이더들이 신한은행 배달앱을 홍보하는 영업사원으로 변신하는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번 사업 예산으로 총 140억원을 책정한 상태다. 인프라 운영비(5년) 40억원을 제외하면 앱 순수 개발비만 100억원에 달한다.

현재 2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은행 내 비금융 신사업 전담 조직인 'O2O추진단'에서 배달앱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초 외부 SI 개발업체로 B2C 핀테크 기업 '핑거'를 선정해 플랫폼 개발 중으로 10월께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11월 중 플랫폼 운영 테스트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론칭에 맞춰 관련 금융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배달앱 이용자, 가맹점, 라이더의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고 맞춤형 대출로 이들의 금융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수익 창출에도 나선다는 구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와의 경쟁력에도 뒤처지지 않을 수준의 서비스를 내놓는다면 해 볼 만한 도전"이라며 "가보지 않은 길에 과감히 도전하는 만큼 절반의 성공이라도 거둔다면 금융권 혁신서비스 개발에 좋은 성공 사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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