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DH, 매각前 배달수수료 깎아 요기요 고사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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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1.04. 오후 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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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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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DH에 보정명령

자영업자 대상 판촉비 축소 등
경쟁력 약화 의혹 소명 요구도
'요마트' 사업종료 의혹 제기

요기요 점유율 23%P 하락

DH측 공식입장 아직 안밝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1년 2월 딜리버리히어로(DH)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승인하는 대신 요기요 매각을 명령했다. DH 입장에선 요기요가 타사에 매각되는 즉시 배민의 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경쟁자가 등장하는 셈이었다.

당시 업계에선 DH가 요기요 경쟁력을 높여 매각가를 높이는 것과 잠재적 경쟁자인 요기요의 경쟁력을 낮추는 것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DH는 요기요의 점유율을 깎을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가 공정위로부터 수차례 지적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요기요 매각 전후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DH는 대형 로펌의 법률 자문을 받아 법망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요기요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DH 및 요기요 측에 7차례 이상 보정명령서를 보냈다. 공정위는 '요기요 현상 유지 명령'을 DH가 이행하는지 관리·감독하기 위해 이행감독위원회를 뒀다. 이행감독위는 공정위에 매달 보고서를 보냈고, 공정위는 이에 기반해 DH에 보정명령을 내렸다.

보정명령서에는 요기요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지난해 6월 보낸 보정명령서에는 '이행감독위가 지적한 요기요 점유율 하락에 대한 DH 및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 운영사)의 대응 방안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을 요구하는 내용을 기재했다. 또 '이행감독위가 지적한 현 시장 상황을 반영한 추가 재정 지원'이 가능한지 묻기도 했다.

DH는 공정위 명령과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가 보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요기요 매각 결정 직후에 나온 배달료 프로모션 축소다. 요기요는 지난해 1월 18일부터 익스프레스 배달원에게 지급하는 프로모션 수수료를 최대 1500원 삭감했다. 프로모션 비용을 깎으면 건당 배달원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깎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요구한 명령 중 '배달원의 근무 조건에 불리한 변경 금지' 위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DH 측에 보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또 요기요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축소하는 경위에도 의구심을 표했다. 요기요는 원래 입점 업체와 처음 계약을 맺으면 12.5%의 중개수수료를 모두 받지 않고 일정 기간 수수료를 일부 줄여서 받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지난해 3월 1일부터 '5개월 프로모션 기간 옵션'을 폐지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폐지하게 된 경위와 합당한 사유'를 소명하도록 요구했다. 공정위 조건 중 '음식점에 적용하는 실질 수수료율 변경 금지' 조건을 기만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요기요가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로 있는 동안 기업가치는 급락했다. 요기요 매각 결정 이전인 2019년 9월만 해도 요기요 점유율은 41.1%로 배민(50.9%)과 시장을 양분했다. 하지만 2021년 1월 요기요는 18%로 23%포인트나 떨어지고 배민은 66%로 늘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직후 요기요 인수가는 2조원대로 평가됐지만, 매각가는 8000억원으로 절반 넘게 깎였다.

공정위 측은 "시장 상황이 달라졌을 뿐 명령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결합과 과장은 "요기요 경쟁력이 떨어진 건 결과론"이라며 "DH가 현상 유지 명령을 위반했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부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DH가 운영하는 배민 측은 "배민은 DH의 피인수 기업이었고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요기요 측은 "현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놨다. 아울러 이에 대한 DH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이메일로 질의했으나 아직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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