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판매 채널인 백화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갈 곳을 잃은 국내 명품 소비가 백화점에 집중되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수수료가 낮은 데다 백화점의 명품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루·샤'가 매출 효자, 근데…
7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신세계의 명품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7%에서 지난달 24%까지 늘었다.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명품 매출 비중이 19%에서 24%로 뛰었다. 2019년 명품 매출 비중이 12%였던 롯데백화점도 올해 17%까지 올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연매출이 2조원을 넘는 신세계 강남점 등 대형 점포에서는 ‘에·루·샤’ 등 단일 매장이 연간 500억원가량, 최대 1000억원까지 매출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는 ‘낙수효과’도 불러온다. 프리미엄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면 해외 컨템포러리 등 고가의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따라서 입점한다.

‘외화내빈’ 격인 면도 있다. 명품 브랜드는 일반 패션 브랜드보다 마진(수수료)이 낮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국내패션은 백화점 마진율이 매출의 30%대다. 명품은 절반 또는 3분의 1 수준인 10%대로 알려져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요즘 경쟁사에서 업계 평균보다 더 낮은 수수료 제안을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제로(0)마진이 나올 수 있겠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유통기업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면세점 등 명품에 강한 채널이 부활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