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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세계가 주목하는 '실버택배' 현장을 가다

  • 기사입력 2019.11.26 13:23
  • 최종수정 2019.11.26 14:08
  • 기자명 김타영 기자

<이 콘텐츠는 FORTUNE KOREA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이 2013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실버택배’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실버택배 작업장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인천SK스카이뷰아파트 지점을 찾아 현장을 돌아봤다.◀

인천 미추홀구 인천SK스카이뷰아파트 실버택배 작업장 모습. 사진=CJ대한통운
인천 미추홀구 인천SK스카이뷰아파트 실버택배 작업장 모습. 사진=CJ대한통운

[Fortune Korea] 11월 5일 화요일, 기자는 인천 미추홀구 인천SK스카이뷰아파트 1번 게이트 지하주차장을 찾았다. 성공적인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 사업 모델로 국내외 높은 관심을 받는 CJ대한통운 실버택배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30분. CJ대한통운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작업 개시 시간인 정오보다 30분 이른 시각이었지만, 지하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작업장에서는 이미 몇몇 실버직원들이 나와 수하물 분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오전에 지역 택배 대리점에서 내려놓고 간 물건들이었다.

현장 데스크 업무를 보고 있던 김준기 팀장(역시 실버직원이다)이 설명했다. “출근 시간은 12시이지만 일부는 먼저 나와 오전에 도착한 택배품들을 확인하고 바로 수량 체크와 함께 아파트 동별 분류를 시작합니다. 오늘이 일주일 중 물량이 가장 많은 화요일이다 보니 택배품도 많고 먼저 출근한 인원도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출근 시간인 정오가 가까워 오자 점점 더 많은 실버직원들이 작업장에 모여들었다. 속속 도착하는 실버직원들은 중년의 신사 같은 분위기와 밝은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김 팀장은 이 작업장에만 총 25명의 실버직원이 출근도장을 찍는다고 했다.

기자와 함께 현장을 찾은 이동수 CJ대한통운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이곳이 규모가 제일 큰 실버택배 작업장이라고 했다. CJ대한통운 외에 다른 택배업체들도 물량을 분담해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대단지 아파트가 새로 생기면 그 지역을 맡은 지역 택배 대리점들은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는데, 실버택배를 도입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도 덧붙였다. 배송거점에서 고객 문 앞까지를 이르는 업무를 실버직원들에게 맡겨 업무효율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택배기사들은 이렇게 절약한 시간을 영업활동 등에 이용한다고 했다.

◆ 관계기관 협의가 중요

이 부장은 또 이곳이 가장 작업 환경이 좋은 곳 중 하나라고도 했다. 기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서경덕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 주임과 지역 택배 대리점 관계자, 이 부장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 부장: 이렇게 지하에 별도 작업장이 갖춰진 곳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개인 작업복이나 장비를 보관할 수 있는 관물대와 고객 부재 시 활용할 수 있는 택배 보관함, 신선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냉동 보관실까지 갖추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물어요.

대리점 관계자: 이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기 이전부터 저희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노인인력개발센터 등과 꾸준히 접촉하며 의견을 교환해온 덕분입니다. 서면까지는 아니지만 구두로 사전에 많은 합의를 이뤘어요. 노인인력개발센터가 지역과 구청을 돌며 애를 많이 썼습니다.

서 주임: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 단지들은 지하주차장을 낮게 지어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곳은 인천SK스카이뷰아파트 측에서 실버택배를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밝혀와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와 구청, 지역 대리점 및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지혜를 모은 결과라고 할 수 있죠.

이 부장: 아, 그랬군요. 저도 여기는 오늘 처음 와봤는데, 아파트 단지 완공이 3년밖에 안 된 곳인데도 시설이 너무 잘 갖춰져 있어 놀랐습니다. 보통은 운영하면서 차츰차츰 시설을 보강해 나가는 편이거든요. 처음부터 여러 기관이 협의를 거치며 머리를 맞댔던 터라 가능한 거였군요.

◆ 실버택배 만족도 높아

실버직원들은 작업장 한 편에 마련된 개인 관물대에서 옷을 갈아입고 작업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남은 출근 시간에 관계 없이 바로 수하물 분류 작업에 들어갔다. 정해진 작업 시간이 딱히 없는 듯한 모습이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맡은 구역 배송이 완료되면 바로 퇴근이어서 개개 직원이 시간을 융통성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버직원들은 인근 지역 주민들로 구성돼 대부분이 이웃사촌이었다. 하지만 작업장 분위기는 사뭇 진중했다. 한 실버직원은 “송장 주소를 보고 수하물을 아파트 동별로 분류해 배송하는 간단한 시스템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쉬운 작업이 아니다”라며 “조금만 방심해도 오배송이 일어날 수 있어 집중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오배송이 일어날 경우 고객 만족을 위해 끝까지 상품을 추적해 주인을 찾아준다고도 덧붙였다.

지역 택배 대리점들로부터 수하물을 인수인계받는 팀장 업무를 제외하면 실버직원들의 업무는 크게 분류와 배송작업으로 구분됐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택배가 가장 몰린다는 화요일이어서 분류작업이 평소보다 30분 늦은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이런 날은 분류작업뿐만 아니라 배송 시간도 길어져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인력도 있다고 했다. 오후 1시 마지막 택배차량이 쏟아낸 수하물까지 합하면 이날 이곳 실버택배 작업장에서 처리한 물량은 1,500여 건에 달했다.

분류작업이 마무리되자 그제야 비로소 실버직원들의 얼굴에 조금씩 여유가 돌아왔다. 오후 1시 혹은 1시 반부터 시작되는 배송작업은 복불복인 측면이 있어 업무량이 모두 제각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맡은 배송 물량에 따라 수입이 정해지는 만큼, 유독 많은 물량을 배정받은 실버직원도 표정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서경덕 미추홀노인인력개발센터 주임은 실버직원들의 수입이 월 4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편차가 큰 편이라고 했다.

서 주임에 따르면 주민들의 실버택배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했다. 이는 실버직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장에서 만난 안현국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년퇴직 후 집에서 쉬다가 우연히 동네에 붙은 구인 플래카드를 보고 지원했는데, 매우 만족합니다. 일단 머리를 쓰고 몸을 움직이면서 일한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정신이 맑아지고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잘 가서 무료하지도 않고요. 게다가 안정적으로 용돈까지 얻지 않습니까. 주민들과 더 많이 알게 돼 유대관계가 돈독해지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하 박스기사>

◇ 실버택배란?

만 60세 이상 시니어 직원이 주거밀집 지역 내 구축한 배송거점을 기반으로 손수레 또는 전동카트를 이용해 인근 지역에 택배물을 배송하는 공유가치창출 사업 모델이다. 2013년 시작돼 2019년 현재 170여 개 거점에서 운영 중이다. 국내 택배업계에선 현재까지 1,400여 개 실버 일자리를 창출했다.


◇ CSV란?

Creating Shared Value의 약자로 기업의 수익 활동이 사회적 가치까지 창출하는 새로운 개념의 사업 모델을 뜻한다. 흔히 알려진 기업 사회공헌활동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CSR은 기업 수익의 단순 사회환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세계가 주목하는 실버택배

CJ대한통운 실버택배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실버택배를 한국의 대표적인 노인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소개한 바 있으며 CSV 개념을 처음 도입한 마이클 유진 포터 하버드대 경영학과 교수가 제정한 CSV포터상도 2회나 수상했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이니셔티브나 공유가치 리더십 서밋 등에서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포춘은 2017년 실버택배 사례에 주목해 CJ대한통운을 'Change the World 50'에 국내 기업 최초로 선정했다.

김타영 기자 seta185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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