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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쉬코리아는 배달대행업체가 아니다”

제목부터 무슨 헛소리냐고 묻는다면 이해한다. 메쉬코리아는 ‘배달대행’으로 성장한 회사가 맞다. 오토바이 라이더를 중심으로 매장에서 음식을 픽업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해주는 그 배달대행 맞다. 좀 더 확장해서 보자면 버거킹이나 맥도날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본사를 영업해서 한 번에 여러 가맹점의 물량을 확보해서 돈 버는 그 배달대행 맞다.

하지만 메쉬코리아는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배달대행’이 아니라고 한다. 시작은 배달대행이었을지언정 ‘종합물류’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여기에 메쉬코리아가 강조하는 또 다른 키워드가 ‘디지털’이다. 종합 디지털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사업. 메쉬코리아가 현시점 나아가고자 하는 사업 방향이다.

이를 위해서 메쉬코리아는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서 물류 네트워크는 ‘이동’과 ‘공간’을 포괄한다. 이동 측면에서는 이륜에서 사륜차로 네트워크 확장이다. 이미 확보한 전국 4만7000여명의 이륜차(다마스/레이 포함) 등록기사 네트워크에 더해 280여대의 사륜 화물차 네트워크를 추가 확보했다.

공간 측면에서는 배달대행 거점을 넘어서 ‘물류센터’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전국 420여개의 배달대행 라이더 쉼터이자 사무실 부릉스테이션은 ‘마이크로 물류센터’로 변화한다. 도심에 입지한 배달대행 거점에 재고를 보관해두고 실시간 배달을 연계하여 빠른 배송 서비스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2월에는 김포(1800평)와 남양주(740평)에 물류센터(TC, Transfer Center)를 열었다. 이 공간은 이달부터 보관 물류센터로도 활용된다.

메쉬코리아가 배달대행이 아닌 ‘종합물류’를 지향한다고는 하지만,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인프라는 흔히 종합물류기업으로 언급되는 CJ대한통운이나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같은 업체들이 보유한 물류 네트워크와 비교해서는 작은 것이 맞다.

그렇다면 메쉬코리아는 어떤 방법으로 종합물류기업과 경쟁하고자 하는 것일까. 하다못해 배달대행 영역에서 먼저 치고 나간 생각대로와 바로고 같은 기업과는 어떻게 경쟁하고자 하는 것일까. 김형설 메쉬코리아 운영담당 부사장(COO)을 만나 청사진을 들었다.

김형설 메쉬코리아 운영담당 부사장(COO)

많은 이들이 메쉬코리아를 ‘배달대행업체’라 인식한다. 여전히 메쉬코리아의 물류 네트워크의 중심에는 배달대행망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의 목표는 배달대행 망으로 고객에게 직배송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작은 배달대행이었을지언정 지금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배달대행’이 갖는 이미지가 메쉬코리아가 전개하고자 하는 사업의 확장에 오히려 제약을 갖고 온다고 봤다. 그래서 리브랜딩 작업을 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배달대행’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메쉬코리아는 지속적으로 물류 운송수단과 보관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주요 운송수단인 오토바이를 시작으로 ‘다마스’와 ‘레이’ 같은 사륜차량을 일부 확보했다. 1톤 트럭은 약 280대, 3톤 트럭은 1~2대 정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화물트럭 또한 곧 확보할 예정이다. 미시적인 영역에서는 도보와 자전거 배송인을 확보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보관시설 측면에서는 우선 전국 420여개의 ‘부릉스테이션’이 있다. 이 네트워크를 2020년 1분기부터 MFC(Micro Fulfillment Center)로 전환하고자 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기존 용산에서 운영하고 있던 TC를 남양주와 김포로 확장 이전했다. DC(Distribution Center)도 곧 오픈한다.

메쉬코리아가 확장 이전한 TC의 모습. 상품이 최종 목적지로 가기 전에 잠깐 머물러 분류되는 용도로 쓰이는 이 곳은 1월부터 보관센터 용도로도 활용된다.

메쉬코리아가 하고 싶은 것은 이렇게 확보한 다양한 운송수단과 보관시설을 기반으로 물류서비스를 하나씩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각각의 서비스를 혼합해서 ‘종합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본 중요한 트렌드는 고객사들이 더 이상 하나의 물류 운송수단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여러 물류 서비스를 조합하고, 우리가 세운 가설을 검증하고 있다.

메쉬코리아에는 배달대행 말고도 물류 서비스 라인업이 많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크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

실시간배송, 전담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마이크로 풀필먼트, SCM(Supply Chain Management) 컨설팅까지 크게 6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첫 번째 ‘실시간 배송’은 익히 알려진 그 비즈니스 모델이다. 합배송을 하지 않고 빠르게 픽업해서 배송하는 모델이라고 보면 되겠다. 배달대행을 포함한 이륜차 기반 배송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륜차를 기반으로 반경 5km 이내의 회차배송을 진행하는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예컨대 올리브영 같은 경우, 매장에서 발생하는 고객 주문을 모아서 사륜차로 여러 고객의 목적지를 순회하며 배송한다.

두 번째 ‘전담배송’은 특정 기업의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 수배송 서비스다. 화주사의 니즈에 맞춰서 물류 서비스를 커스터마이징해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필요하다면 화주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각인된 랩핑 차량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블루보틀은 오프라인 매장에 커피원두를 납품하는 등의 재고 보충 서비스를 메쉬코리아가 맡아 대행한다. 다른 예로 SSG닷컴은 메쉬코리아가 지입차량을 공급해주고 있다. 전담배송은 고객사 맞춤 물류 서비스라 보면 된다.

세 번째 ‘새벽배송’은 2020년 상반기 쿠캣마켓의 물류를 메쉬코리아가 대행하면서 시작한 서비스다. 1차적으로 고객사별로 다른 주문 마감시간에 맞춰서 취합한 물량을 고객사 물류센터에서 메쉬코리아 TC로 상품을 집하한다. 이후 상품을 분류하여 고객에게 새벽 7시까지 최종 전달하는 구조다. 메쉬코리아의 남양주, 김포 TC는 냉장냉동 보관이 가능한 저온 물류센터다. 운송차량 역시 전차량 냉장냉동 운송이 가능하다. ‘풀콜드체인’이 가능한 구조다.

네 번째 ‘당일배송’은 하루 안에 도착하는 물류 서비스다. 현재 메쉬코리아는 하루 2회전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후 2시 30분까지 마감된 주문건을 오후 5시30분~8시 사이에 배송해준다. 오후 6시 30분까지 주문 마감된 건은 오후 9시30분~11시30분 사이 도착한다. 당일배송에는 사륜차와 이륜차를 복합적으로 활용한다. 먼저 고객사 물류센터에서 픽업한 상품을 메쉬코리아 TC로 옮긴다. 이후 TC에서 부릉스테이션까지 사륜차가 배송한다. 부릉스테이션에서 최종고객까지는 이륜차가 배송을 완료하는 식으로 분담한다.

다섯 번째 ‘마이크로 풀필먼트’는 2021년 1분기에 맞춰 곧 오픈할 예정인 서비스다. 부릉스테이션의 공간을 일부 확보해서 고객사의 물량을 선입고하여 재고로 보관하고, 주문에 맞춰 개별 고객에게 빠르게 배송하는 모델이다. 예전에도 메쉬코리아가 비슷한 개념을 일부 부릉스테이션에서 실험해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규모를 좀 키울 것이다.

요컨대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 같은 느낌을 가져가고자 한다. 하지만 생필품, 음식료품 카테고리에 집중하는 B마트와 달리 ‘패션상품’과 같은 마진이 높은 상품 카테골를 주로 다루고자 준비하고 있다. 생필품과 음식료품은 마진율이 작아서 라스트마일 물류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재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업체, 라이브 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마이크로 풀필먼트 활용을 논의하고 있다.

마지막 SCM컨설팅은 메쉬코리아가 보유한 물류 솔루션을 바탕으로 DT(Digital Transformation)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들의 컨설팅을 진행해주는 서비스다. 단순히 물류 솔루션을 도입해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의 물류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한다.

메쉬코리아가 진출한 각 영역에는 이미 먼저 시장에 자리 잡은 기업들이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 풀필먼트 영역에서는 B마트가 독보적이다. 새벽배송 영역에선 팀프레시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실시간배송만 하더라도 생각대로, 바로고가 치고 올라왔다. 메쉬코리아의 경쟁 전선은 더욱 넓어진 상황에서, 화주사에게 어떤 강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메쉬코리아는 ‘디지털 플랫폼’을 직접 개발하는 업체다. 물류 운영 또한 직접 하는 업체다. 기업물류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책임 운영’이다. 물류 서비스 품질을 물류업체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작은 운송사에게 물량을 다단계로 넘기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면 안 된다. 직접 물류업체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책임지는 모델이 돼야 한다. 메쉬코리아는 ‘기업물류’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다.

메쉬코리아는 IT와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여러 물류수단으로 서비스를 확장하여 필요한 화주사에게 매칭해줄 수 있다. 하나의 물류 운송수단에 국한하여 관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물류운송수단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뜻이다. 필요하다면 1시간 배송을, 어떨 때는 당일배송을 믹스한다. ‘종합물류’ 영역에서 경쟁력이 있다.

여러 물류 서비스를 직접 운영함으로 얻는 또 다른 강점은 혁신의 동인이다. 메쉬코리아가 바라본 국내 물류시장은 ‘실비계약’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예컨대 물류업체는 화주사로부터 물성(화물의 특성)과 물량에 대해서 전해 듣고, 몇 대 정도 차량을 투입하면 되는지 노선을 설계한다. 만약 화주사의 프로모션 등으로 설계한 노선 이상의 물동량이 발생한다면, 용차를 사용한다. 추가적으로 차량을 긴급 수배함에 따라서 발생하는 ‘용차료’는 물류비와 별도로 월별로 개별 청구된다. 이게 보통의 실비계약이다.

이런 구조 안에서 물류업체는 ‘혁신’을 할 동인을 잃어버린다. 운영 개선을 통해서 차량 편대를 줄이기보다는 용차를 수배해서 화주사에 추가 비용을 청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운영 개선을 통해서 차량 편대가 줄어들면 물류업체의 매출이 줄어드는 구조다.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

‘종합물류’와 함께 ‘디지털 물류’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물류라고 하면 조금은 피상적인데, 구체적인 예를 들어줄 수 있는가.

기본적으로는 고객사의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현장에서 이슈가 생긴다면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메쉬코리아는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을 최적화할 수 있는 관리지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예컨대 차량별로 박스를 몇 개씩 실을 것인지 계획한 데이터는 다들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현장에서 실제 상차된 박스의 숫자는 다를 수 있다. 이 때 변경이력이 시스템상에서 관리, 추적돼야 한다.

다른 예를 들어본다. B2B 물류에서는 왕왕 화주사가 특정 시간대에 맞춘 배송 서비스를 요구한다. 화주사가 오전 8시~10시 사이 화물차가 도착하길 원한다고 시스템에 입력했다고 해보자. 하지만 배송기사는 실제 그 시간에 오지 않을 수 있다. 6시나 7시에 도착할 수 있겠다. 이 때 화주사에서 별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 때부터 화물차주는 계속해서 6~7시 사이에 도착해서 물건을 배송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런 변경 사항은 현장에서는 알고 있겠지만, 대개는 기업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에 업데이트 되지 않는다.

메쉬코리아는 현장 데이터를 추출해서 마스터 데이터를 개선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 상반기 우리 시스템에 적용할 계획이다. 시스템과 현장의 오차를 파악하여 알림을 보내는 등의 프로젝트를 화주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결국 시스템이 다양한 관리지표를 정의하고 실제 기업 의사결정과 운영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객사를 도와야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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