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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그린 : 다회용 음식배달 용기가 ‘돈’ 되는 이유

2021.11.29. 오전 12:27
by 하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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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원래 배달용기는 ‘다회용’이 표준이었습니다. 점심에 맘껏 먹고 남은 짜장면과 탕수육 그릇을 문 앞에 놓으면 어느 순간 알바가 수거해서 사라져있었죠. 수거한 그릇은 설거지를 마치고 다시 배달용으로 활용됐고요. 근데 언제부턴가 짜장면도 ‘일회용 용기’에 배달되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2. 배달업계에 퍼진 일회용 용기는 필연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증가를 야기했습니다. 요즘 이야기되는 ‘가치 소비’ 트렌드와 맞지 않고, 일일이 분리수거 하는 게 귀찮기도 하죠. 환경부도 배달 업계를 규제 대상으로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다시 한 번 ‘다회용 용기’를 솔루션으로 들고 온 업체가 있으니 ‘잇그린’입니다. 창업 1년만에 요기요, 바로고 등 메이저 배달 플랫폼, 배달대행업체와 제휴를 맺은 이 업체의 사업모델, 대체 뭘까요?

3. 잇그린은 다회용 용기를 음식점에 공급하고 회수, 세척, 재공급하는 ‘역물류’ 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잇그린이 역물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방법, 궁금하지 않으세요? 충분한 규모와 밀도의 경제가 만들어지기까지 비용 증가는 필연과 같은데, 과연 잇그린은 돈을 벌 수 있을까요?

4. 잇그린이 생각하는 ‘수익모델’의 복안이 있습니다. 근데 그 복안은 ‘물류’가 아닙니다. 잇그린은 ‘환경’에서 돈을 벌고자 합니다. 친환경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구호가 아니었냐고요? 아뇨. 돈을 벌 수 있는 구멍이 있더라고요. 잇그린이 고안한 그 방법이 무엇인지 공유합니다.

글. 하진우

흐름닷컴 대표이자 기자. 윤태호의 <미생>의 한 대목인 “오피스에는 안전화를, 물류센터에는 슬리퍼를 판매하는” 일을 한다. 오피스와 물류 현장 사이의 서로 다른 경험을 공유해 상호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자 한다. 주중 4일은 오토바이 라이더, 3일은 대학원생 겸 기자로 산다. 내년 봄 학기부터 물류학 파트타임 석사 과정을 시작한다.

CHAPTER 1

왜 ‘다회용 배달용기’는 사라졌나

불과 10년 전까지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배달 시켜먹었던 분이라면 기억할 것입니다. 원래 배달 용기는 ‘다회용’이었습니다. 점심에 맘껏 먹고 남은 짜장면과 탕수육 그릇을 문 앞에 놓으면 어느 순간 사라져있었죠. 누가 이 그릇들을 가져갔을까요.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집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하거나, 장사가 잘 되는 가게라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배달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음식배달은 특성상 점심과 저녁식사 시간에 주문이 몰리죠.

음식점들은 주문이 몰리는 시간 중간 중간 ‘유휴 시간’을 활용하여 각 집에 있는 그릇들을 회수하곤 했습니다. 어차피 사장님 혹은 월급 받는 라이더이니 주문 없는 시간을 활용하여 겸사겸사 용기도 수거하고 배달 전단지도 뿌리고 했던 것이죠. 가게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수거한 그릇을 설거지하여 재사용했고요.

하지만 최근 몇 년에 들어선 배달현장에 ‘다회용기’를 쓰는 가게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기존 배달이 되지 않았던 샐러드, 쌀국수, 스테이크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음식점들이 ‘배달 시장’으로 물밀 듯 몰려왔습니다. 동시에 라이더를 고용하지 않고 건당 임금을 지급하여 사용하는 ‘배달대행’이 일반화됐죠.

음식점들이 이런 배달대행 라이더들에게 회수까지 해달라고 한다? 당장 “한 건 배달비 주고, 두 건 뛰어달라는 게 웬 말이냐”라는 분노한 라이더의 항의가 들어올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음식점들은 선택을 하죠. 배달대행이 라이더 직고용에 비해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회수 물류망’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합니다. 그렇다면 회수가 필요 없는 ‘일회용 용기’를 배달용으로 쓰면 된다는 결론으로요. 현시점 대부분의 배달음식점들이 ‘일회용 용기’를 쓰게 된 배경입니다.

CHAPTER 2

회수물류 붕괴가 불러온 결과

일회용 용기는 ‘플라스틱’이죠. 한 번 사용하면 버려지고요. 자연히 더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었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국내 배달용기 생산업체 21곳이 2020년 한 해 동안 생산한 플라스틱 배달포장 용기가 11만 957톤에 이릅니다. 용기 하나의 무게를 52g이라 환산한다면 21억개나 되는 용기들이 버려졌습니다.

환경공단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실질 재활용률은 40% 정도인데, 말인즉 21억개 중 60% 정도 되는 플라스틱이 땅에 매립되거나 대기 중으로 소각됐다고 추정됩니다. 난데없이 음식배달 업체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게 된 배경입니다.

그 와중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보다 지구 생태계에 이로운 방향으로 ‘가치 소비’를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트렌드가 돼 번졌습니다. 몇몇 소비자들은 배달음식을 시켜먹음으로 환경 파괴에 가담한 것 같은 죄책감을 느끼게 됐죠. 사실 환경을 사랑하지 않는 소비자더라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기본적으로 귀찮습니다. 배달 쓰레기 뒤처리가 얼마나 번거롭던가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한국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원순환연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과 함께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협약 참여자들은 포장·배달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대 20% 줄이기로 뜻을 모았죠.

하지만 코로나19를 뒤에 업은 배달 주문의 증가 속도는 업체들의 노력보다 빨랐습니다. 배달용기 표준화 등으로 분리수거 효율을 높이는 방향이 검토됐으나,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할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진 못한 이유입니다.

결국 배달 플라스틱 쓰레기를 절감하는 방법으로 제기된 건 ‘다회용 배달용기’로의 회귀입니다. 하지만 배달대행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라이더 직접 고용과 회수물류망 구축비용을 ‘음식점’에게 전가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 볼 수는 없었습니다.

CHAPTER 3

아웃소싱을 쓴다면 어떨까

이 때 다회용 용기를 위한 ‘역물류’ 전문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요. 식당에 배달음식용 다회용기를 빌려주는 것만으로는 해결책이 못됩니다. 사용한 다회용기를 회수하고, 다시 세척하고 음식점에 재공급하는 일까지 일괄 처리해주는 물류회사가 있어야죠. 그러니까 예전 중국집의 오토바이 배달 라이더들이 ‘유휴시간’을 활용해서 처리하던 업무를 일괄적으로 대행해주는 업체가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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