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쿠팡 PB상품이 영세업자 죽인다"던 그 업체, 알고보니 매출 75조 다국적 기업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8 14:59

수정 2022.03.18 19:48

다존산업이 2019년 출원한 용기 디자인(왼쪽)과 유니레버가 2021년 10월 출시한 제품 디자인
다존산업이 2019년 출원한 용기 디자인(왼쪽)과 유니레버가 2021년 10월 출시한 제품 디자인

[파이낸셜뉴스] 쿠팡의 PB상품 때문에 피해를 받았다는 영세 중소기업 제품이 사실은 75조원의 연매출을 거둔 글로벌 다국적 기업 제품으로 확인됐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 6곳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쿠팡이 계열사 특혜를 업고 기존 상품과 유사한 PB상품을 출시하면서 상품 도용으로 인한 판매자 피해가 발생해 열심히 일하는 중소업체를 울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 발표 뒤 피해 사례 중 하나로 탐사 섬유유연제 제품이 소개됐다. 그런데 이 제품은 중소기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 제품이며, 지난해부터 쿠팡 탐사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자사 제품에 적용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레버는 지난해 620억 달러(약 75조원)의 매출을 거둔 직원 15만명의 다국적 기업으로, 400여개 브랜드를 보유 중이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스너글 섬유유연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의 용기는 쿠팡에 섬유유연제 용기를 납품해온 다존산업이 디자인권을 보유한 디자인이었다.

다존산업은 지난 2019년 9월 용기 특허를 출원했고, 탐사 섬유유연제는 그해 11월 출시됐다. 문제는 다존산업이 디자인 특허를 2020년 4월 정식 등록한 1년 반 만에 유니레버코리아가 업체에게 제조를 위탁해 탐사 섬유유연제 용기와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유니레버는 그 전까지 스너글 제품을 직수입하며 다른 용기 디자인을 사용해왔다.

다존산업 관계자는 "우리가 2년 전 이미 정식 등록심사를 거쳐 판매하던 용기 디자인을 지난해부터 유니레버가 유사하게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며 "자본력이 많은 다국적기업이 용기업체의 디자인을 마치 자신들의 자산인 것처럼 얘기한 것도 억울한데, 참여연대가 오히려 다국적 기업편을 들며 영세업체를 죽이려고 나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다존산업은 직원 수 10명 남짓, 연 매출 33억원의 중소기업이다. 쿠팡의 PB상품을 제조하는 협력사 10곳 중 9곳이 중소기업으로 다존산업처럼 다양한 특허권을 이미 보유한 중소기업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이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둔갑한 논란에 대해 유통업계에서는 참여연대 발표 뒤에 불필요한 잡음이 업계에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카피 단순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 발표 이후 애꿎은 영세한 중소기업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섬유유연제 제품의 경우 참여연대 발표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매체에 영세 중소기업으로 소개됐다.

아울러 논란이 된 쿠팡 PB상품들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제품들도 별도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지 않았거나 품목 디자인이 이미 정형화돼 '카피 논란'과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최근 일부 매체 보도로 알려진 타사 제품 디자인 이미지 카피 의혹을 받은 '곰곰' 소시지 페이스츄리, 탐사 고양이 모래, 탐사 독서대도 그렇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카피 의혹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대부분의 상품은 제품의 특성상 디자인이 이미 정형화되어 있다”며 “다른 온라인과 대형마트 등에서도 비슷한 상품이 수십여개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 자사 뉴스룸을 통해 "PB제품 제조사인 CPLB와 함께 지식재산권을 존중해 PB제품을 출시하며 지식재산권과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자사 PB상품은 중소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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