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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배달료’는 생태계의 공익을 만들 수 있을까

2022.03.28. 오후 1:45
by 박정훈

⚖️ 이 글을 읽으면 알 수 있어요!

1. 오늘은 전 세계적으로 첨예한 ‘플랫폼 노동’ 이슈의 중심축. 배달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플랫폼을 통해 자유롭게,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노동자, 그 반대편에는 사용자에 존속된 불안정한 노동자라는 논란이 그림자처럼 따라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2.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오래 전부터 ‘안전 배달료’를 요구해 왔습니다. 라이더가 ‘안전하게’ 돈을 버는 데 필요한 배달 임금 하한선을 결정하자는 것입니다. 대체 안전하게 일하는 것과 최저임금 설정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이길래요.

3. 안전 배달료에는 예상되는 반대급부가 있습니다. 안전 배달료 도입으로 소비자나 음식점, 플랫폼이 부담하는 배달비용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반박이 대표적입니다. 결국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선 안전 배달료 도입에 생태계의 공익에 도움이 되는 어떤 논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에 대한 라이더유니온의 입장을 들어봅니다.

4. ‘배달망’을 운영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이 이슈는 주목할 만합니다. 현재 당연히 ‘간접고용’을 중심으로 설계된 배달망이 논란의 향방에 따라 규제가 만들어지고, 기업은 지금보다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ESG 차원의 선제대응, 그리고 새로운 네트워크 운영 관점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서로 같은 듯 다른 방향으로 배달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스토리. 박정훈

배달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위원장. 라이더가 말하는 한국형 플랫폼 노동에 관한 이야기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알바 노동자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다.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Edited By 하진우 realfriend@beyondx.ai

PROLOGUE

‘생태계’를 설득할 수 있나요?

올해 초 음식배달 시장에서 화제가 된 소식입니다. 배달대행사들이 음식점에 부가하는 건당 배달대행 수수료를 올렸고, 이에 소비자가 부담하는 음식 배달비까지 영향이 가자 사람들이 뿔이 났다는 내용입니다. 늘어난 배달비를 아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택시를 활용한 기상천외(?)한 배달 방법까지 고안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서 월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자랑하는 라이더들이 수면 위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마치 유니콘 같은 이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론사들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전한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아쉬운 건 언론사의 보도에는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라이더가 벌기 위해서는 어떤 ‘기행’을 펼쳐야 되는지에 대해선 빠져있었다는 거죠.

여기 이어진 이슈가 있으니 ‘배달비 인상’과 ‘월 1000만원’ 수익 라이더 소식이 결합돼 만들어진 어떤 오해입니다. 일부 댓글 여론을 보자면 사람들은 마치 배달 라이더가 과도하게 돈을 벌어가서 배달비가 증가한 것처럼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늘어난 배달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월 1300만원을 버는 라이더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 ⓒ조선일보 캡처

이런 상황에서 꾸준하게 여론의 흐름과는 반대되는 주장을 해온 집단이 하나 있습니다.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이야기입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라이더들이 받는 최소한의 임금, ‘안전 배달료’ 도입을 꾸준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운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배달료를 플랫폼과 배달대행사, 라이더 등 배달업계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협의해서 정하자는 주장입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라이더유니온은 안전 배달료 도입에 있어 ‘배달 플랫폼’의 더 큰 책임을 요구합니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츠, 배민1과 같은 배달 플랫폼이 운영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의 ‘다이나믹 프라이싱(변동형 요금 체계)’을 반대하는 입장이고요. 플랫폼이 배달 라이더의 근무조건과 관련 알고리즘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합니다. 나아가 플랫폼이 라이더의 사회보험 부담을 더 많이 져야 한다고도 강조합니다. 이 모든 것을 충족시켜야 ‘안전한 배달’이 가능하다는 게 라이더유니온의 입장입니다.

분명 라이더들에게는 나쁠 게 없어 보이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는 굳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라이더유니온의 주장을 받고 싶진 않을 것 같습니다. 소비자와 음식점 입장에선 자칫 지금보다 더 ‘배달료’ 인상이 될 것이라 들릴 수도 있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그래서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이 ‘안전 배달료’를 주장하는 구체적인 논리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에 대해선 결국 생태계의 ‘공익’이라는 녀석이 심판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더유니온의 ‘안전 배달료’ 주장이 생태계의 공통선을 만들 수 있을까요? 안전 배달료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까지 설득할 수 있을까요? 박정훈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CHAPTER 1

월소득 1300만원 라이더의 진실

장안에 화제가 됐던 월 1300만원 급여를 받는 배달 라이더 소식부터 사실을 확인하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밝히자면 이건 극단적인 일부 라이더의 사례입니다. 대다수의 라이더들은 그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에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미디어에 노출될 경우 박탈감을 느낍니다. 그 박탈감이 과로, 교통 법규 위반을 동반한 ‘안전하지 못한 운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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