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실험’ 시작됐다

2021.09.07 21:34 입력 2021.09.07 22:19 수정

세계 최초 법정통화로 사용

국민 80% “전자지갑 반대”

정부는 120억원어치 사들여

엘살바도르에서 7일(현지시간)부터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이 법정통화로 사용된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이 성공할지, 아니면 위험한 도박으로 끝날지 세계의 눈이 쏠렸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이날부터 기존 공용통화인 미국 달러와 함께 비트코인도 법화 지위를 갖게 됐다. 실제 물건을 사고팔 때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고 정부 세금도 비트코인으로 낼 수 있다. 스마트폰에 정부 전자지갑 ‘치보’를 다운로드하면 30달러어치의 비트코인을 인센티브로 지급받고, 현금입출금기(ATM)에서 비트코인을 달러로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사용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전했다. 센트럴아메리칸대학(UCA)이 지난 2일 12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9%는 “비트코인 법정통화화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0%는 전자지갑 사용에 부정적이었다. 지난 주말 내내 비트코인 사용에 반대하는 산발적 시위도 이어졌다.

FT는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점이 사람들의 거부감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트럭 운전사 리카르도 로페즈는 “비트코인은 주식 투자와 비슷한 것 아니냐”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가 부족해 비트코인 사용을 꺼리고 있다. 나 역시 비트코인을 받는 즉시 달러로 환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 이끄는 엘살바도르 정부는 비트코인으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국외 이민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할 때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23%가 해외 이민자들의 송금액이었는데, 엘살바도르 정부는 연간 4억달러에 달하는 송금 수수료를 낮춰 외화가 추가로 유입될 것이라 기대한다. 또 국민의 약 70%가 은행계좌가 없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사용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금융시스템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공식통화 데뷔를 앞두고 비트코인 가격도 오르고 있다. 7일 오전 비트코인 가격은 609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비트코인 가격이 6000만원을 넘긴 건 지난 5월15일 이후 처음이다. 전날 엘살바도르 정부가 약 120억원어치(200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인 데다 전 세계 투자자들도 기대감에 일제히 매수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비트코인의 높은 변동성과 범죄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비트코인 가격은 1000만~6000만원 사이에서 급등락을 거듭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더 큰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스티브 행크 존스홉킨스대 경제학 교수는 비트코인이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다면서 “결국 위험은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