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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 ‘엄포’에 코인 투매 물결…“폭락장 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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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 비트코인 규제 일러스트

중국 비트코인 규제 일러스트

중국에서 ‘암호화폐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 당국이 모든 암호화폐 관련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형사처벌까지 하겠다고 나서자 중국과 홍콩의 투자자가 대거 암호화폐 처분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으로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로 재편됐지만 대내외 변수로 불안감은 다시 커지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중국 인민은행이 암호화폐 거래 단속 방침을 밝힌 직후 중국과 홍콩의 투자자가 매각이나 자산 이전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장 암호화폐를 보유한 중국 부자에게 비상이 걸렸다. 암호화폐 자산을 다른 국가로 옮겨 주는 업무를 하는 데이비드 레스퍼런스 변호사는 CNBC에 “규제 발표가 나온 지 2시간도 안 돼 중국에 있는 암호화폐 투자자로부터 10통 이상의 e메일과 전화·메시지 등을 받았다”며 “이들은 모두 자신의 전자지갑에 있는 암호화폐 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해 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암호화폐 거래 선전 활동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제금융 질서를 어지럽히고 위법한 범죄활동을 조장해 인민의 재산 안전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며 “암호화폐는 화폐로서 시장에 유통돼서는 안 되며, 될 수도 없다. 관련된 모든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이들은 관련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 e 위안 안착 위해 경쟁자 제거”

이에 따라 중국 내에서 암호화폐와 법정화폐의 거래는 물론 암호화폐끼리의 교환 행위,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는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계좌 개설이나 자금 이체, 청산 등의 서비스나 암호화폐 관련 보험 업무도 할 수 없게 됐다.

중국은 이미 지난 5월 중국 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와 채굴을 모두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엔 한발 더 나아가 불법 행위를 적발하면 형사처벌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여기에 중국 당국은 그동안 묵인해 오던 해외 국적 거래소에도 손을 댔다. 해외에 법인을 둔 암호화폐 거래소가 중국인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불법 금융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중국에 머무르는 외국 국적의 거래소 직원도 조사 대상이 된다. 이에 세계 최대 이더리움 채굴 플랫폼인 ‘스파크풀’은 중국 본토의 사용자에게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암호화폐 지갑 서비스 업체 코보도 본사를 베이징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의 애플리케이션 내 국가 선택 명단에서는 ‘중국 본토’가 사라졌다.

비트코인 가격

비트코인 가격

이런 대대적인 단속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일 중앙은행의 공식 디지털 통화(CBDC) ‘e위안’의 안착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레스퍼런스 변호사는 “중국 정부는 e위안의 모든 잠재적 경쟁자를 제거하려 한다”며 “이번 규제로 암호화폐 자산을 동결한 뒤 나중에 이를 e위안으로 바꾸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발 규제에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도 파장이 밀어닥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암호화폐 거래 규모 1, 2위를 다툰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26일 오후 4시10분 현재 4만2019달러로 인민은행의 발표 이후 6.83% 하락했다. 이더리움(9.51%), 리플(6.62%) 등도 동반 급락세다. 중국발 엑소더스가 심화해 매도 물량이 추가로 쏟아질 경우 폭락장이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시장도 거래소가 제도권으로 편입하며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시장을 흔들 변수는 남아 있다. 아직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되지 않은 데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확인서(실명계좌) 제휴를 한 은행이 계약 연장 여부를 3~6개월 후 다시 검토하기 때문이다.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기한에 맞춰 사업자 신고를 마친 곳은 총 29개사다. 이 중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서만 원화(현금)로 코인을 살 수 있다. 나머지 25곳에선 코인 간 거래만 가능하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지 못한 37개사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 4대 거래소가 실명 계좌 계약 연장에 성공하며 과점체제를 구축하게 됐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먼저 빗썸·코인원·코빗과 계약한 은행은 3~6개월 후 실명 계좌 계약 재연장 여부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은 빗썸·코인원과의 실명계좌 제공 계약을 내년 3월 24일까지 6개월 연장했다. 신한은행은 그간 코빗과 6개월 단위로 계약해 왔는데 이번에는 12월에 만료되는 3개월짜리 단기 제휴했다.

내년 ‘거래자 쌍방 정보 수집’ 의무화

특금법에 따라 내년 초부터 시행되는 트래블룰도 변수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부과한 규제로 암호화폐 사업자는 암호화폐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한다. 은행은 트래블룰이 지켜지지 않으면 언제든 거래소와의 제휴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트래블룰을 지키지 않고 거래소 내에서 자금세탁이 이뤄지면 실명 계좌를 내준 은행에도 불똥이 튈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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