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개발자 연봉인상 릴레이, 금융사 IT 개발자 구인난 심화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게임업계를 시작으로 IT기업의 연봉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금융권의 개발자 구인난이 보다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디지털 금융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사들은 다양한 IT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개발자 확보는 물론 협력업체를 통한 양질의 개발자 수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게임업체 넥슨을 시작으로 한 연봉인상 릴레이가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게임업체를 대상으로 한 개발자들의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게임업계를 시작으로 IT개발자들의 초봉 6000만원 시대가 열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게임빌, 컴투스, 크래프톤, 웹젠, 요기요, 직방 등은 최근 8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연봉‧초봉 상향안을 내놓았다. 29일에는 네이버가 역대 최대 규모인 900명의 개발자 채용에 나서는 등 개발자에 대한 수요도 폭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그룹 IT관계자는 “과거 배달의 민족이 판교에서 개발자 초봉 인상에 대해 대대적으로 광고하면서 한차례 위기감이 있었지만 단발성 화제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개발자 인상은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개발자들의 취업 문화 자체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물론 연봉 부분에서 대형 금융그룹의 경우 일반 IT기업이나 게임업체보다 적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금융권의 시각이다. 특히 2년여 전부터 금융사들이 경력 개발자들을 대거 채용하면서 전체적인 연봉 테이블 자체는 상승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IT개발자들의 연봉인상 릴레이를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보는 것은 개발자들의 특정 산업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IT개발자들의 연봉 상승은 그만큼 시장에서 IT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따라 가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물론 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모든 산업군에서 발현되고 있는 현상이다. 수요가 많은 만큼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산업군이나 기업에 우선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은 개발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한 금융권 IT개발 협력사 관계자는 “(회사에서)금융IT개발을 위한 고정 개발자 풀을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 이탈하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같이 오랜 일을 한 한 개발자는 다른 금융IT개발에 묶여 있어 이번 사업에 참여가 어렵다고 했는데 다른 유통 프로젝트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름 금융권 경력이 오래됐던 개발자인데 전혀 다른 산업군에 들어간 것을 보니 일회성일 수 있지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 대한 개발자들의 지원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개발자들의 성취감이나 주도권을 갖기 힘든 개발 특성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게임업계에서 금융권으로 전직한 한 디지털 기획 관계자는 “게임업은 철저하게 개발자 중심의 문화다. 회사 내에서도 개발자가 우선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지원업무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개발자나 디지털 전문 인력을 최근 많이 뽑긴 했지만 아직 문화로 받아들여지진 못한 것 같다. 개발자가 금융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해한다 하더라도 조직 내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물론 금융권 외에도 개발자가 게임업계처럼 주도권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주도하기 어려운 곳은 많다. 하지만 금융권의 경우 그동안 잦은 잔업과 과업변경 등으로 그동안 일하기 어려운 곳으로 개발자들에게 인식돼왔는데 최근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개발자 연봉 상승 움직임에 따라 기피대상으로 굳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금융사들은 플랫폼 금융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금융사들이 빅테크 수준의 IT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환경에서의 경쟁을 이끌어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이미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디지털 사업을 위한 도급 체계를 마련하고 정비하고 있는 상태지만 개발자들의 탈 금융 움직임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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