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은 없고, 개발자만 있는 이상한 은행이 있다

여의도에는 이상한 은행이 하나 있다. 분명히 예금하고 대출받는 평범한 은행인데, 일반 행원 대신 IT 전문가들만 일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인사이트 지점 이야기다.

서울 여의도 국회대로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인사이트 지점은 일반 은행 점포와 다르다. 국민은행 IT그룹 인력 10명이 일반적인 은행 업무와 함께 특별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15일 문을 연 인사이트 지점은 국민은행의 IT 실험소다. 디지털뱅킹 기술과 서비스를 시험하는 테스트베드이자, 디지털허브인 셈이다. 국민은행이 이달 초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인사이트 지점에서 모든 테스트가 이뤄졌다.

출범 100일을 넘은 현재, 국민은행 인사이트 지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직접 찾아가봤다.

미래 은행 점포는 이런 모습?

인사이트 지점은 첫인상부터 일반 은행과 달랐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은행이 아니라 카페가 연상됐다. 고객 대기석으로 카페형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으며, 곳곳에는 푸른 잎의 식물 인테리어로 포인트를 줬다. 오후 늦은 시간에 방문한 탓인지 코로나로 인한 여파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사이트 지점은 여유로움으로 가득했다.

무엇보다 IT 인력이 운영하는 디지털허브답게 최신식 IT 장비들을 엿볼 수 있었다. 안내 데스크 앞에 놓인 안면 인식 디스플레이는 고객의 성별, 연령대, 감정 등을 인식한다. 이미 등록된 고객일 경우 ID도 함께 뜬다. 고객 방문현황 파악, 고객 서비스 만족도 등을 시스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까지 개인정보 문제로 실제 서비스와 연동되진 않는다.

바로 뒤에는 스마트텔러머신(STM)도 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업무뿐만 아니라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입출금통장 신규개설 등 창구업무까지 이 기기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밖에도 종이 포스터를 대체한 대형 디스플레이는 은행 점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고객 대기석 맞은 편에 위치한 원통형 사무실 ‘테크(Tech) 데스크’도 눈에 띄었다. 테크 데스크는 금융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위해 마련됐다. 이들의 기술을 국민은행 차원에서 사용하거나, 서비스에 녹여내기 위한 목적이다. 인사이트 지점은 현재까지 발굴한 20 여 개 기술기업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끈다

인사이트 지점의 핵심 업무는 은행의 디지털 금융화를 검증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 그룹, 영업점포 차원에서 IT 시스템을 바꾸거나 뱅킹 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앞서, 사전 테스트를 진행하고 기술보완을 한다.

이런 점에서 인사이트 지점은 최근 완료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인 ‘더케이(The-K) 프로젝트’의 숨은 공신이라고 자평한다. 지난 2월 3일 국민은행 더케이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 영업점포에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보다 앞서 인사이트 지점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4번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때 발견한 시스템 오류 개선을 통해 안정적으로 전국 영업점포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인사이트 지점 측의 설명이다.

방기석 KB인사이트 지점장은 “차세대 시스템은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작은 문제 하나라도 생길 경우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사이트 지점은 사전 테스트 및 점검을 통해 결함을 줄이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이트 지점은 앞으로 은행 점포 대상 차세대 시스템 개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새로운 시스템, 단말기의 프로세스, 제도 등 개선사항을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은행업무 프로세스 개선도 포함된다. 가령 한 고객 당 업무 처리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체크하고, 어떤 요인에서 지연이 이뤄지는지 분석한 뒤 IT 시각에서 해결한다.

또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테크 데스크를 통해 신기술 개념검증(PoC)을 진행할 계획이다. PoC를 거친 기술은 고객 서비스에 반영되거나, 그룹차원의 시스템에 반영될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클라우드 기반의 개발환경인 테크플레이 그라운드도 구상중이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관련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다.

방기석 지점장은 “인사이트 지점이 최근 100일을 맞이했다. 아기도 100일을 기점으로, 뒤집기를 하는 등 많은 변화 맞이한다”며 “인사이트도 상반기 중 시스템 개선, POC 등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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