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이내 공포 내년 1월부터 수사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를 요청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안’을 재의결했다. 무기명 비밀투표로 치러진 이날 표결에는 의원 272명 가운데 266명이 참여했으며, 찬성이 209표가 나와 의결 정족수인 출석 의원의 3분의 2(178표)를 넘겼다. 반대는 54표, 기권은 1표, 무효는 2표였다.
국회가 재의결을 통해 법률안을 통과시킨 것은 지난 1961년 4월 부정축재 특별처리법안 처리 이후 42년 만에 처음이다.
특검법안이 가결된 직후 국회는 건설교통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안을 논의하는 등 정상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5일에는 예결위 전체회의와 상임위 등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상화는 지난달 25일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국회 기능이 전면 마비된 지 10일 만이다.
그러나 오는 9일 폐회되는 정기국회 회기 안에 2004년도 예산안 심의와 각종 안건을 처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곧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국회가 열릴 경우 비리 의원들의 사법처리를 막기 위한 ‘방탄 국회’가 아니냐는 논란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표결에 앞서 열린우리당의 임채정·김성호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특검법은 대선자금 문제를 희석하고, 총선 전략용으로 끌어들인 전형적인 정치특검으로, 출발부터 순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병국 한나라당 의원과 양승부 민주당 의원은 찬성 토론에 나서, “국회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184명이 찬성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우리 헌법의 대의민주주의 정신과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법은 법안 통과 뒤 5일 이내에 공포돼 시행에 들어가며, 특검임명(최대 15일)과 준비기간(20일)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부터는 특검수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흔드는 부정적 선례를 남기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검법이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과 어긋나고, 필요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에 변화가 없다”며 “법률적 문제와 제반 여건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청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정치권의 특검법 재의결에 개의치 않고, 수사에만 전념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6일부터 단식농성을 해온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5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하면서 단식을 끝낼 것이라고 임태희 비서실장이 밝혔다.
김의겸 하석 기자 kyummy@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