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란 복지, 보건의료, 교육, 고용, 주거, 문화, 환경 등의 분야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서비스이다. 구체적으로는 상담, 재활, 돌봄, 정보의 제공, 관련 시설의 이용, 역량 개발,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다. 현대 국가는 복지국가이며 사회서비스는 복지의 총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제34조에서도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한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긴급돌봄, 격리대상에 대한 돌봄 제공, 빈부 격차의 심화로 안한 취약계층 보호 등 사회서비스의 수요는 더욱 커졌다.
이처럼 공공성이 큰 영역인데도 개인사업체가 57.4%를 차지하는 등 사회서비스가 영리 업체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보니, 업체는 원가 절감을 위해 사회서비스업 종사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불하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운영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정부에서는 민간에 속하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를 통한 사회서비스 공급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아직 성과가 많지 않아 사회서비스 분야의 사회적 경제 조직 비중은 전체의 6%(바우처 사업, 2019년 12월)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등 7개 부처가 협력해 지역공동체 기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확립하기로 했다. △돌봄(도시형): 사회적 경제형‧융합형 노인 돌봄 사업 추진 △돌봄(농촌형): 농협의 사회서비스 제공 역할 확대 △건강‧의료: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을 통한 종합적‧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가사지원: 가사서비스의 신사회 서비스화 △영‧유아 돌봄: 사회적 경제조직 서비스제공기관 확대 △장애인 돌봄: 사회적 경제조직 참여 등 전 단계에 걸친 지원 계획이 담겼다. 이 중 도시엔 돌봄조합 등 주민참여형 조직을 활성화하고, 농촌엔 지역 특성에 맞춘 읍・면 단위 돌봄 협의체를 시범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점이 특징이다.

인주농협은 충남도와 아산시의 사업비 지원을 받아 대한민국 1호 농협 요양원을 설립했다.
인주농협은 충남도와 아산시의 사업비 지원을 받아 대한민국 1호 농협 요양원을 설립했다.
농협의 농촌형 돌봄 활성화 정책 기대

이번 활성화 방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농촌형 돌봄을 위해 농협의 사회서비스 제공 역할을 확대하고 의료사협을 통한 종합‧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제공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를 꾀했다는 점이다.

먼저 농촌형 돌봄과 관련해서 향후 농협이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역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시설 접근성이 부족한 면·도서 지역 등 돌봄 취약지역 및 인구소멸지역을 중심 대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방문요양을 기존 14개에서 50개 농협으로 확대하고, 이를 기초로 주간보호시설 및 요양원을 점진적으로 추가하는 3단계 모델을 계획하고 있다.

농협은 현재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 조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국제적으로도 규모가 커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2016 세계 협동조합 모니터’에서 한국 농협을 농업협동조합 부문 1위로 꼽았다. 2014년 매출 기준으로 세계 협동조합 순위에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 농업분과 기구인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의 회장은 한국인인 이성희 농협 회장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만든 협동조합인 데다 농민들을 위한 공동 판매 등 본래의 역할보다는 금융사업에 치중해 협동조합의 맏형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했던 것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농협에 사회적 경제로서 역할이 요구됐다. 이에 발맞춰 그동안 소외계층 일자리 제공, 농촌 사회적 경제조직 판로 창출, 농촌 사회적 약자 후원 등의 사회적 가치 활동을 해왔다. 이번 농촌형 돌봄 체계를 지자체와 협력하여 갖춰가면서 동시에 이를 협동조합 방식으로 인큐베이팅하는 역할도 기대해보고 있다. 실제 2019년에 충남도와 아산시의 사업비 지원을 받아 충남 아산의 인주농협이 대한민국 1호 농협 요양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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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협 설립의 자금 문턱을 낮추기 위한 제도 변화

다음으로 의료사협에 대한 제도 변화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현재 의료사협은 협동조합기본법 시행령 제19조 제2항 4호에 따라 설립인가 시 총자산에서 출자금 납입총액의 비중이 50%가 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부실한 의료사협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지만, 동시에 의료사협의 설립에 있어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의료사협에서도 자산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울 은평구에 있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2012년 설립되어 가정의학과, 치과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 살림통합돌봄센터 건립을 위해 출자금 10억원을 추가로 모으기로 했다. 이를 통해 1074명의 조합원이 참여해서 11억 9천만원을 약정하고 실제로 약 9억원을 입금했다. 이처럼 지역에서 종합‧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는 단순히 좋은 뜻만으로 되지 않고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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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러한 자산을 조합원들에게만 요구할 수는 없다. 특히나 설립 전 준비단계에서는 지자체와 정부의 공공자원이 결합하여 자산을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 금융의 지원도 필요하다. 사회적 금융은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으로서 사회적 경제 기업에 대한 적정 금리 대출만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역할도 한다. 이는 모두 부채로 잡히기에 50%를 넘을 수 없다.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계이며 규정상 의료사협은 자산에서 출자금 납입총액의 비중이 5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협의 설립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 아래에서 의료사협의 총자산에서 출자금 납입총액의 비중이 50% 미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앞서 법조문 단서에 “다만, 기획재정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총자산 중 출자금 납입총액의 비율을 100분의 50 미만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그동안 이에 대한 요건과 절차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자금에 대한 탄력적 규제 적용으로 필요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정책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에 사회적 경제 비중이 높아져 공공성을 더 확보해갈 수 있길 바란다.

주수원 협동조합 정책연구가 jusuwon@hanmail.net